[주간CEO]최태원의 슬기로운 '목발 생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목발 생활 불가피목발에 '부산엑스포' 로고 달고 종횡무진
[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엑스포 유치 해올게요!" 최태원 SK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마치고 행사장을 떠나며 취재진에게 남긴 말이다.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의 부산엑스포 유치 의지와 자신감은 남다르다. 최근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은 최 회장은 특별 제작한 목발을 짚고 출국길에 올랐다. 목발에 부산엑스포 로고를 새긴 홍보 패드를 부착한 것이다. 최 회장이 직접 BIE 총회 각국 대표단에 부산엑스포 유치 의지를 각인시키고자 목발에 엑스포 로고를 붙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엑스포 유치 성공'이라는 강력한 목표 달성을 위해 불편한 부분을 과감하게 드러내 오히려 홍보 전략으로 사용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프랑스에 도착한 그는 예정된 일정을 모두 이 목발을 짚고 소화하며 곳곳을 누볐다. '부산 엑스포 공식 리셉션'에서는 목발을 짚고도 성큼성큼 나아가며 해외 인사들과 만나 인사를 나눴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목발을 들고 사진을 찍는 등 '홍보 포스터'처럼 목발을 당당하게 활용했다.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목발을 짚고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기념 사진 속에서도 최 회장은 목발을 짚고 8개 그룹 회장 가운데 가장 환하게 웃었다.
경제사절단으로 베트남으로 이동해서도 목발을 짚은 채 열정적으로 현장을 누비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이 이용하는 업무용 항공기(에어버스 A319)에 최근 부산엑스포를 홍보하는 대형 문구를 도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번 일정에도 이 항공기를 이용했다. 항공기에는 부산엑스포 로고와 함께 영문으로 'World EXPO 2030 BUSAN, KOREA' 문구가 새겨져 있다. 최 회장이 목발까지 활용해 부산엑스포를 홍보하는 데는 '공동위원장'이라는 자리와 함께 평소 기업인으로서 사회 문제나 공익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실제 최 회장은 프랑스 언론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공동위원장 역할에 대해 "막중한 임무이지만, 대단한 영광"이라며 "60대에 접어들고 보니 이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4월 공식으로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됐다. 2021년 유치위원회가 발족했을 때 그는 SK그룹과 상의 회장을 겸하는 것이 벅차 유치위원으로만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윤 대통령의 요청을 듣고 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최 회장은 서울·부산은 물론 전국 곳곳을 돌며 시민들에게 부산엑스포를 홍보하는 한편 잦은 출장을 통해 해외 유력 인사들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를 당부하고 있다. '재계 맏형' 격인 최 회장이 선봉에 서서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주도하자 국내 기업인들도 한마음 한 뜻으로 막판 투혼을 펼치고 있다.
한편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회원국들의 비밀 투표로 결정된다. 현재 사우디 리야드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부산과 로마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투표는 1차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곳이 없을 경우 1·2위가 다시 맞붙는 결선투표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부산은 2차 투표까지 가면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