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에 무순위 청약 이상 과열…'줍줍' 잘못하면 체한다
거주지·무주택 요건 폐지…시세 차익 기대감에 청약 수요 '급증'투기과열지구 무순위 청약 10년간 재당첨 제한·잔금 기간 짧아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아파트 무순위 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이상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국 무순위 청약 아파트 평균 경쟁률이 100대 1일 달하더니, 최근엔 3년 전 분양가로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온 '흑석리버파크자이'에 약 90만명 넘게 몰리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전국 무순위 청약 아파트 1922가구에 19만282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100.3대 1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전국에서 7623가구 모집에 11만7932명이 신청하면서 기록한 경쟁률 15.5대 1의 6배가 넘는다. 권역별로 비수도권은 올해 들어 159가구 무순위 청약 모집에 3만8000여명이 신청해 24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수도권은 1763가구 모집에 15만4000여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87.5대 1로 집계됐다. 지난 3월부터 거주 지역과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국내 거주 성인이라면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게 규제가 대폭 완화하면서 이상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았던 경기 평택과 과천, 세종 등을 중심으로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치솟았다. 지난 1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는 1가구 모집에 1만200명이 몰렸다. 또 지난달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경기 평택시 평택지제역자이 무순위 4가구엔 5만7434명이 신청해 1만435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6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흑석자이는 계약 취소 주택 1가구와 무순위 물량 1가구 등 2가구에 총 93만4728명이 신청했다. 지난 3월 이후 무순위 청약 대상이 전국으로 확대된 뒤 가장 많은 지원자 몰린 것이다. 무순위 청약으로 공급되는 59㎡ 1가구에는 82만9804명이, 계약 취소 물량인 84㎡ 1가구에는 10만4924명이 각각 신청했다. 무순위 청약 물량인 59㎡는 청약 통장·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는 데다, 거주지 제한 요건이 풀리면서 지원자가 몰렸다. 또 2020년 당시 분양가로 공급되면서 최소 3억~5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더해지면서 경쟁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한 때 흑석자이 무순위 청약에 신청자가 일시적으로 몰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 접속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무순위 청약은 과거 분양 시점의 공급가로 분양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몰린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무턱대고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양시장에선 무순위 청약이 과열되면서 내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보단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당초 정부 취지가 무색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무순위 청약 문턱이 낮아졌다고 해서 무턱대고 청약에 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무순위 청약은 당첨자 발표부터 실제 계약, 입주까지 잔금을 마련할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사전 자금계획 없이 당첨되더라도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다. 실제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취소되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20년 미계약분 잔여 물량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은평구 'DMC 파인시티 자이'는 당첨자가 계약금 1억260만원을 납부하지 않아 당첨이 취소됐다. 또 비규제지역에 나온 물량이라면 재당첨 제한이 없지만, 규제 지역은 당첨되면 재당첨이 제한된다. 흑석자의 전용면적 59㎡인 무순위 청약 물량은 재당첨 제한 규정이 없지만, 계약취소물량인 84㎡은 당첨되면 당첨자 지위와 동일하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와 청약과열지역은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로 동일하다. 투기과열지구는 10년, 청약과열지역은 7년간 본인과 세대원 모두 청약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무순위 청약 문턱이 이전보다 낮아지면서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청약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청약 관련 규제 완화로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무순위 청약 열기가 과열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투자 가치가 높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에 무순위 청약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무순위 청약에서 거주지와 무주택 요건이 폐지되고, 현재 시세 대비 수억원 저렴하기 때문에 무순위 청약을 기대하는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무순위 청약은 계약 후 입주까지 잔금을 마련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자신의 자금 여력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