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1.4%도 어려워…추가 재정 지출 가능성 열어둬야"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전문가 진단"물가·경기 둘 다 잡아야 하는데, 재정 여력은 글쎄""공정가액비율 동결, 부동산 자극 시그널 될 수 있어""역전세 방안, 폭탄 돌리기처럼 대출로 틀어 막아"
[세종=뉴시스]용윤신 임하은 기자 =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4% 달성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1.4% 전망은 오일쇼크, 국제통화기금(IMF), 글로벌금융위기, 코로나19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성장률입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 "전 세계적으로 재정 정책이 중요해졌는데,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계획된 지출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경기 부진 시기에 재정정책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면 세수 부족은 만성화됩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추가적인 재정 지출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합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하향조정하고 물가 안정과 경기 대응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 상황에서 펼치는 감세와 금융 정책이 경기를 제대로 부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충분한 재정지출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하반기 리스크 많아…올해 성장률 1.4%도 어렵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과연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상반기는 소비가 증가하면서 성장했는데 (하반기는) 가계부채가 높아 소비를 통한 성장이 힘들 거다. 수출은 4분기에는 좀 나아지겠지만, 대기업은 현금성 자산은 많은데 투자를 안 한다. 성장률이 낮아질 때는 뒤따라서 계속 낮게 조정하기 때문에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면 1% 성장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하반기 성장률은 잘해야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며 "미국발 고금리 정책의 지속과 중국 리오프닝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내수는 악화되는 중이다. 따라서 1.4%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상황이 상반기에 워낙 안 좋았으니까 조금 나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리스크가 많다. 특히 중국 수출이나 반도체 쪽의 불확실성, 미국의 금리정책 등이다. 1.4% 전망은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성장률 1.4% 전망치는 근래 네 번의 경제위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경기침체"라고 평했다.
◆"물가·경기 둘 다 잡아야 하는데, 재정 여력은 글쎄" 전문가들은 물가와 경기부양 둘 다 잡아야 한다는 정부의 방향성에 동감했지만,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재정 여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세제 지원과 금융정책 등을 통해 민간 투자 활성화시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방향성을 말하고 있다. 정부의 예측대로 투자가 활성화 되고 가용 재원만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 시기에 추가적인 재정 지출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한다. 성 교수는 "당연히 지출 구조조정이나 여유자금으로 하는 건 의미가 있지만 경기가 어려울 때는 추가적인 재정 지출에 대해서도 열어 놓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세금 수십조원 비게 생겼는데 이걸 다른 쪽에서 메꾸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올해 경기를 띄워야 한다고 하면서 긴축을 하는 건 맞지 않다. 경기 대응을 정말 제대로 하려면 사실은 추경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세수가 상저하고에 따라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계속 부족할 거다. 추경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세수 부족으로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때 정부가 손 쉽게 쓸 수 있는 수단이 금융이다. 전통적으로 부동산을 띄우면서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을 해 왔다. 과거처럼 무리해서라도 부동산을 띄우면서 돈을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게 되리라는 우려가 있고, 그렇게 읽힐 만한 단서들도 있어보인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문제는 정부가 유동성 공급 확대, 대출 완화, 정책금융 확대, 지방채, 공사채 발행 확대 등 금융정책 완화, 즉 부채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추진하려 한다는 거다. 안 그대로 많은 가계부채, 기업부채를 더 늘려 경제 불안정성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하반기에 세수 결손 규모가 줄어들지가 문제이기에 계획된 지출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경기 부진 시기에 재정정책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하면서 경기부양 체실 개선 노력은 필요하다. 재정건전성이 상당한 위험을 받고 있는 시점이다. 재정 상태가 개선될 만한 여건을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전반적인 감세와 금융 중심의 기조가 경기부양에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 교수는 "정부의 전반적인 기조가 감세와 금융이다. 금융세금을 줄여주고 그다음에 금융 자금을 많이 들어가게 하는 거다. 그런데 금융 중심은 사실 과거의 프레임워크다. 정부가 정책 위주의 경기부양이라는 프레임워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산업 정책 경쟁도 하고 공급망 재편 등 이슈가 많은데 과거의 프레임에서 못 벗어나면 재정정책이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이제 그런 모습이 좀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여전히 낮다는 점에서 감세정책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감세정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올해는 세수결손의 문제가 있어 (더)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세 정책보다는 경기 부진에 따른 세수 결손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하는 관점도 있었다. 성 교수는 "감세가 아주 추진된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 실제 세수 부족은 감세 정책 자체보다는 자산가격 하락, 수출 부진에 따른 법인세 감소, 소비 위축에 따른 부가가치 상승 등 경기 부진에 따른 요소가 더 크다. 법인세가 내려서 세수가 부족한 이런 차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결국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기업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9%, 가계 부채가 105%에 달했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많으니 소비, 투자를 늘릴 수 없다. 정부가 돈을 안 쓰면 성장률 1.4% 달성하기 힘들 것 같다. 기금여유 재원도 어떤 재원인지 불확실성을 해소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결손에 대한 대응으로 한 해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세수 감소가 만성적이다. 내년에는 법인세 인하효과가 나오면서 더 심해질 것"이라며 "수출, 투자, 벤처 보면 세제혜택을 주는 걸로 나와있다. 세수가 안 좋은데 세수 확충해도 모자랄 판인데 비과세 감면을 확대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그림이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공정가액비율 동결, 부동산 자극 시그널 될 수 있어"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동결한 데 대해 하 교수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하 교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동결은 세금 부담을 많이 완화해 주는 거다. 너무 많이 부담이 돼서 완화한다는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부동산 시장을 또 자극하는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바꾸는 건, 사실상 세율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 때 너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서 충격을 줄여주려고 낮췄다. 시간이 지났으니까 다시 원상 복귀를 하는 것이 예측 가능성이나 조세 제도의 안정성 측면에서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자산소유자 특히 다주택, 고액자산 소유자들에게 유리한 세제 지원 정책이다. 고가부동산의 부담이 완화되기 때문에 현금을 가지고 부동산에 투기하는 계층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며 "이런 정책으로는 그동안 과도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내려가게 하기 어렵다. 높은 임대료를 내든지 높은 가격을 내고 집을 사라고 하는 격이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 완화 및 주거지원 확대라는 정책목표와 맞지 않다"고 봤다.
◆"역전세 방안, 폭탄돌리기처럼 대출로 틀어막아" 하 교수는 "당장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자꾸 예외를 많이 허용하는 건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폭탄돌리기처럼 대출을 통해 틀어막고 있다. 지금은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니 이런 수단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이런 식이 계속되면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이 될 수 있어 건전성 차원에서 제도를 정비할 필요는 있어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난 몇 년간 비정상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 과도하게 빚을 내서 갭투자를 한 임대인을 돕는 정책이다. 당장은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더라도 부채가 더 증가하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빚이 더 많아진 주택에 새로운 임차인이 쉽게 찾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빚이 는다는 것은 이자비용이 더 많아진다는 거다. 다시금 강력한 집구입 수요가 많아질 걸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폭탄돌리기 같은 상황을 유지할 뿐이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기…미국 대체할 시장 찾아야" 김 교수는 "수출바우처 등 정부 정책이 수출이 증가하는데 기여는 하겠지만 결국은 세계경제가 좋아져야 한다"며 "미국 경제가 하반기부터 침체에 빠질 수 있어 미국을 대체할 시장을 인도 등 아세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근본역량을 제고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적 지원 강화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 시기에 전략적 사고가 중요한데, 최근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봤다. 하 교수는 "수출은 결국 반도체와 중국이 핵심인데 정부가 제시한 수준 이상으로 뭔가를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수출 촉진을 놓고만 보면 갑자기 없던 시장을 만들기는 어렵다. 산업정책과 무역정책은 선진국 수준으로 적극적으로 할 일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저출산 해결책으론 글쎄"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혼인시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대책으로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도움이 되긴하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안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큰데 희망이 크지 않아서다. 큰 효과가 나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예산 쪽에서 별로 뒷받침이 안 돼보인다. 증여세 때문에 결혼 못한다는 경우는 많지는 않고, 저소득층은 거의 해당사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세수는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라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