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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나왔는데…강력범죄 노출된 청소년들[가출, 그 이후①]

등록 2023-07-15 07:00:00   최종수정 2023-07-17 15: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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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주된 원인 '가족 갈등·폭행'

집 떠나도 다른 강력범죄에 노출

범죄 대상이면서 범죄 동원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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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가정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해 떠난 청소년들이 더 큰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2023.07.15. 자료사진

[서울=뉴시스]홍연우 임철휘 전재훈 기자 = 수빈(가명)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폭언하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하다 지난 5월 아예 쫓겨나고 말았다. '이제 내 자식 아니니까 집에 오지 마라'는 말과 함께 가족을 잃은 수빈씨는, 가출 이후 의지하던 남자친구에게도 폭행을 당했다. '가출팸 오빠'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없다. 당장 다음 달부터 지낼 무보증 월세방을 찾는 게 더 급하다.

수빈씨처럼 가출 후 강력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15일 박웅신 경남정보대학교 경찰경호학과 교수가 지난 5월 발간한 '청소년 가출경험이 성범죄 피해에 미치는 영향: 부모방임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이 성범죄 피해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가 전국 광역시도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남녀 청소년 86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가출 경험이 많고 여성 청소년일수록, 부모의 방임 정도가 심할수록 성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컸다.

수빈씨도 가출 경험이 많다. 지난 2018년부터 여러 차례 가출해 왔고, 여성인 데다 부모에게 완전히 버림받았다.

성범죄에 노출된 시기도 가출 직후다. '가출팸 오빠'는 수빈씨가 가출한 뒤 남자친구와 다툰 상황임을 알고 접근했다고 한다. 평소에 가출팸 청소년들에게 기합을 자주 줬다는 그는, 수빈씨에게 술을 강요하더니 '나와 무조건 자달라'며 수빈씨를 성폭행했다고 한다.

◆가정 폭력 피해 나왔지만…강력범죄 노출

가정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해 떠난 청소년들이 더 큰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가출을 선택하는 청소년들은 가정이나 학교 등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를 보면, 가정에 문제가 있거나 학교·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위기청소년의 가출 경험률(22.6%)은 그렇지 않은 일반청소년(2.5%)보다 9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출의 주된 원인은 가족과의 갈등(69.5%)이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자유로운 생활(44.3%), 부모·형제 등 가족의 폭력(28.0%) 순이었다.

가출 청소년들은 다시 집 밖에서 강력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여가부 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 경험률의 경우 가출 청소년이 일반 청소년(1.8%)보다 2배 이상 높은 4.3%로 조사됐다. 여성청소년(6.9%)이 남성청소년(1.8%)보다 3배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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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재현 기자=가출한 초등학생을 감금 및 강간한 혐의 등을 받는 20대 남성이 지난 2021년 12월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2021.12.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범죄 대상이거나, 범죄에 동원되거나

이처럼 가출 청소년들은 범죄의 직접적인 피해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지능적 범죄에 동원되기도 한다.

지난 2020년 5월엔 한 남성이 SNS를 통해 가출을 하고 싶다는 여성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도 발생했다. 이 남성은 "숙식 제공을 해준다"며 차표를 예매해 주는 등 가출 청소년들을 자신의 주거지로 유인한 후, 이들이 보호자나 일정한 거처 없이 자신에게 의지해 생활한다는 점을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하고 이득을 취했다.

같은 해 10월엔 또 다른 남성이 인천의 가출팸을 통해 알게 된 14세 여학생에게 "함께 살 수 있으니 짐을 싸서 나오라"며 접근한 뒤, 조건만남이나 성매매를 강요하고 대가를 갈취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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