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가격 인상 자제해달라"…정부, 업계 단속 '말발' 먹힐까[먹거리 물가 비상③]

등록 2023-07-17 06:05:00   최종수정 2023-07-18 10:03:51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소비자물가 21개월 만에 2%대 진입 하향 안정세

식품·외식물가 나홀로 역행…폭우에 농산물 '들썩'

개별품목 단속 임시방편…유통구조 개선 등 필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3.07.0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하반기 물가가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과 달리 식품·외식 가격 고공행진 흐름은 요지부동이다. 장마와 폭우로 농산물 가격마저 들썩이면서 물가 안정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먹거리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관련 업체를 소집, 거듭해서 '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에 나섰다. 정부의 과도한 입김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개월 연속 하향세를 보이며 안정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2.7%까지 낮아져 21개월 만에 2%대로 들어오면서 정부는 물가 둔화 흐름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하락 영향에 고물가 흐름이 확연히 꺾이기는 했지만 식품·외식물가는 전반적인 물가 안정세와 달리 역행하고 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7% 넘게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라면(13.4%), 빵(11.5%), 우유(9%) 등은 두 자릿수 안팎의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외식물가는 30개월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는 등 국민들에 체감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가공식품과 외식물가가 나홀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장마와 함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농산물 가격도 치솟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가까스로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 물가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하반기 경기 반등을 위해서는 안정적 물가 관리가 선행돼야 하는 상황에서 먹거리 물가 불안 해소는 정부의 시급한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물가안정에 유의하면서 경기·금융시장 등 거시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축적으로 거시경제를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최근 관련 업계와 잇따라 만나 인상 자제를 거듭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달 "기업이 밀 가격에 맞춰 라면값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신호탄을 쐈다.

농식품부는 물가 관리 기조에 맞춰 지난달 26일 제분업체를 만나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지난 7일에는 유가공업체를 만나 원윳값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유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권고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2023.07.05. [email protected]

소폭이지만 가격 인하에 나선 라면·제분업계와 달리 유가공업체가 난색을 표하자 대형마트 관계자를 불러 유제품 등의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여름철 보양식 수요 증가로 가격이 뛴 닭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관련 업체에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가 관련 업체들과 접촉해 가격 인상을 억누르고 있지만 약발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식품업계에서는 가격 인하에 동참하고 있지만 최근 1년 새 인상된 것에 비해서는 찔끔 인하에 그치고 있다.

소상공인이 많은 외식업계는 사실상 협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료비 외에 음식가격을 결정하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부자재 가격도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어서 가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물가 흐름에 인위적으로 대응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당장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거나 소폭 인하할 순 있겠지만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원자재 값 상승과 생산비용 증가 등 인상 요인이 뚜렷한 상황에서 억누를 경우 한꺼번에 인상 요인이 반영되면 가격 폭등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필요하지만 개별 품목에 대해 가격 결정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경제 흐름에 맡기되, 큰 틀에서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지원과 수급 조절,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등으로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 원자재 변동성, 기후여건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주요품목별 수급, 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물가안정 흐름이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3.07.12.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