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한동안 근처도 못 갈듯·내 일 일수도…" 시민들 불안
"남 일 같지 않다" 극도의 불안감 호소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너무 무서운 세상이 됐어요. 집 앞이라 서현역에 자주 가는데 한동안은 근처에도 못갈 것 같아요. 지하철 출퇴근도 걱정이고, 딸 키우는 입장에서 더 걱정되네요." 성남 분당 서현역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으로 14명이 다친 가운데 잇단 흉기난동 사건에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성남지역 시민들은 '남 일 같지 않다'면서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사건 발생 이튿날인 4일 분당에 거주하는 배모(56)씨는 "아침에 다시는 이런 일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왔다. 집 앞이어서 병원, 식당 등이 몰린 서현역에 자주 갔던 터라 남 일 같지 않다. 피해자나 목격자들 트라우마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배씨는 "서현역 근처에 학교나 학원도 많아서 젊은 친구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 더 걱정이 크다. 20대 딸도 친구들 만나러 서현역에 자주 가는데 한동안은 얼씬도 못하게 했다.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 무섭고, 이런 마음으로 어딜 다닐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 "피의자가 '분열적 성격 장애'라는 뉴스를 봤는데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민 정신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요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또 이런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고도 했다.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이모(37)씨는 "평소 아이와 함께 AK플라자도 자주 방문했는데 최근 서울 신림동 사건에 이어 서현역에서 연달아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외출하기 겁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아내도 뉴스를 접한 뒤 극도로 불안해한다. 어제와 같은 묻지만 칼부림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 당분간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외출을 최소화해야 할 것 같다"라고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충격에 빠진 시민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분당지역 맘카페에는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이웃에 대한 걱정과 함께 학부모들의 우려가 줄을 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서현역 인근에 학교, 학원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좀 더 따뜻하고 살만하길 바라는데, 마음이 무겁다. 그냥 무섭다는 생각에, 하루 쉰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아이들 학원 밀집 지역이라 오늘은 학원 쉬고 더 조용히 보내려 한다"라고 썼다. 또 다른 시민은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마음이 무겁다. 우리 가족, 친척, 이웃일 수 있었던 부상자분들 꼭 잘 회복하시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했다. "내 일 일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내가 당한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 커가는 아이들이 살 세상이 더 각박하고 안전하지 못한 세상으로 바뀌겠다는 예감이 들어서 더 슬프다. 부디 사망자 없이 모두 회복하시길"이라는 글도 있었다. 한편 전날 오후 5시59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에서 '남자가 칼로 사람을 찌르고 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5시55분께 경차로 서현역 인근 인도에 돌진, 보행자 다수를 치고 차에서 내려 백화점 안으로 진입해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였다. 이 사건으로 교통사고 5명, 흉기 피해 9명 등 14명이 다쳤다. 현재 피해자 12명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위독한 상태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