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미쳐 돌아가"…묻지마 흉기 난동에 시민들 '공포'
외출 삼가고 주변인 불신하는 시민들"신림 살인사건 여진…모방범죄 우려""일상 위협받아…시민 간 신뢰 떨어져"
[서울=뉴시스]전재훈 김래현 기자 = 전국 곳곳에서 무차별적인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지자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시민들은 외출이나 대면 만남을 줄이거나, 삼단봉 등 호신용품을 구비하는 등 흉기 난동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4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경기도 성남 분당 서현역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으로 14명이 다쳤다. 피의자 A(23)씨는 전날 오후 5시55분께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았다. 이후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 1~2층에서 20~70대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교통사고 피해자는 5명, 흉기 난동 피해자는 9명이다. 이 중 12명이 중상자로 분류됐다. 교통사고 피해자 중 한 명인 60대 여성을 포함해 2명이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0시3분께에도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남성이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다. 오전 10시39분께에는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한 남성이 흉기 2개를 들고 다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던 시민들은 재차 흉기 난동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공포에 떠는 모습이다. 때문에 외출을 삼가거나 지하철역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피할 계획이라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취업 준비 중인 김모(25)씨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홍대나 강남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는 잘 안 가려고 할 거 같다. 주위를 엄청 살피고 작은 소음이라도 들리면 깜짝 놀란다"며 "당장 집 앞에 있는 지하철역에서라도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대면 자리를 피하고, 집 밖에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이모(32)씨는 "길가다가 흉기에 찔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앞으로 저녁 약속을 줄일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 모방범죄를 우려하는 시민도 있다. 직장인 박모(34)씨는 "신림역 사건의 여진과 같다고 생각한다. 신림역 사건의 영상이 그대로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간 것이 한몫했다고 본다. 미국에서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보고 총기난사 사건이 자주 일어났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며 "지금도 살인 예고 글이 쏟아지고 있는데, 추가 범행을 막기 위한 경찰과 정부의 강력한 방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변인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한모(27)씨는 "일상을 위협받는 기분이다. 출근길에 혼잣말하는 사람을 봤는데 괜히 겁을 먹고 멀리하게 되고, 모르는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게 슬프다"고 말했다.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최모(29)씨는 "묻지마 범죄는 시민들 간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전모(33)씨는 개인 호신용품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그는 "호신용품 하나쯤은 필수 소지품인 것 같다"며 "삼단봉이나 후추 스프레이처럼 가방에 넣기 좋은 작은 것들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