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학생 제지·수업 중 휴대폰 분리 가능해진다(종합)
교육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 시안 발표고시 시행 이후 아동학대 관련 제도 개선 병행특수교육 조항도 포함돼…유치원 고시도 마련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런 내용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시안을 발표했다. 이번 고시는 교원(교장·교감·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법적으로 명문화한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시행되면서 제정하는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으로 오는 2학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시안은 교사·학생·학부모 3주체가 지켜야 할 책무, 교사가 할 수 있는 생활지도의 범위와 방식(조언·상담·주의·훈육·훈계·보상), 이의제기 등을 담고 있다. 이번 고시에서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학부모의 과도한 악성 민원과 학생의 수업방해 등 문제행동에 대해 교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교육부는 이 고시와 충돌하는 학생인권조례 조문도 손본다고 강조해 왔었다. 이 부총리는 "학생 인권·권리만 강조되다 보니 책임과 의무가 학교 현장에서 균형 있게 교육되지 못했고 교사의 교권이 추락했다"며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과 심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교사들은 이 고시대로 생활지도를 하면 아동학대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아동학대 신고가 되더라도 수사·조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행동 치료 권고…2회 거부하면 '교권침해' 고시 시안에 담긴 생활지도의 방식을 보면, 교원은 '조언'을 통해 학생의 문제 개선을 위한 전문가 검사, 상담, 치료를 보호자(학부모)에 권고할 수 있다. 이런 권고에 응하지 않는 학부모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고시에는 권고를 2회 이상 거부하면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상담'은 수업시간 외 시간을 활용함을 원칙으로 하되, 일시와 방법은 학교장이 정하는 학칙 등에 따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학부모나 학생이 상담을 요청해오면 교사는 원칙적으로 응해야 하지만 ▲사전에 목적·일시·방법 등이 합의되지 않은 경우 ▲직무범위를 넘어선 경우 ▲근무시간 이외의 상담은 거부할 수 있다.
반대로 교사가 먼저 상담을 요청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학부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교권침해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체벌은 금지되나 긴급상황 물리적 제지는 허용 교장과 교사는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기타 수업에 부적합한 물품을 사용하는 학생에게 이를 지적하는 '주의'를 줄 수 있다. 주의에 응하지 않으면 훈육이나 훈계로 수위를 높일 수 있다. '훈육'은 지시, 제지, 분리, 물품 분리보관을 말한다. 물리적 제지도 훈육에 포함된다.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 한해 할 수 있다. 매를 드는 것과 같은 '체벌'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금지돼 있다. 교육부는 체벌과 훈육으로서의 물리적 제지는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교육부 한 간부는 "체벌은 도구를 이용해서 고통을 가하는 방식인데 물리적 제재는 상황이 긴급한 상황일 경우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문제 학생의 움직임을 제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실 밖 나가" 가능해져…의심되면 소지품 검사 교육활동을 방해해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학생을 '분리'할 수 있다. 학교나 교사가 교실 내 다른 좌석, 상담실 등 지정된 장소 등으로 이동해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교사가 학생을 물리적 제지할 여력이 없거나 수업 진행 중에 문제 행동을 한 학생을 다른 공간으로 분리시켜야 할 경우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물품을 '분리 보관' 할 수도 있다. 교사가 수업 중 학생에게 휴대전화를 쓰지 말도록 주의를 했으나 2차례 응하지 않는 경우 가능하다. 수업이 끝나면 되돌려 줄 수 있어 '압수'와 구분된다.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물품을 소지하고 있다고 여겨지면 소지품 검사도 가능하다. 조언, 상담, 주의, 훈육에도 불구하고 문제행동을 한 학생이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 '훈계'를 할 수 있다. ▲반성문 쓰기 ▲문제행동을 시정하기 위한 대안 행동 ▲청소 등 훼손된 시설·물품에 대한 원상복구 등 과제를 부여하는 식이다. ◆"학부모 권리 지나친 침해 없어야"…항변권 부여 고시 시안에는 생활지도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항변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마련했다. 물리적 제지와 수업 중 교실 밖으로의 학생 분리 조치, 물품 분리 보관의 경우 교사는 이를 교장에게 보고해야 하고 교장은 학부모에게 알려야 한다. 생활지도가 부당하다고 여기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교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교장은 14일 이내에 답변해야 한다. 다만 학생, 학부모가 생활지도에 불응해 고의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교사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소집을 요청하는 등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교사의 생활지도 방식의 구체적인 범위는 학칙으로 정하게 했다. 교권을 침해한 학생의 훈육을 위한 분리장소, 시간, 학습지원, 학생이 소지해서는 안 되며 분리 보관이 가능한 물품 종류도 학칙으로 정한다. ◆민감한 '훈육' 등 학칙에 위임…"학교 문화 존중"
이에 이 부총리는 "정부가 너무 지나치게 세세하게 하나씩 다 규제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개별 학교의 교육 풍토나 철학, 교실 문화 등이 상당히 다양할 수 있고 이를 존중해 학칙으로 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이번 고시가 학생의 인권과 학부모의 정당한 민원이 과도하게 침해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활동을 저해하지 않는데도 과도한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고 국장은 "교사들이 법령과 학칙에 의한 정당한 생활지도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 수 있다"며 "학칙 제정 과정에는 학생과 학부모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학칙이 제정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학칙이 제정될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특수교육 세부 지침 12월에…유치원도 별도 고시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는 특수교사도 활용할 수 있도록 '특수교육대상자의 생활지도' 조항도 마련됐다. 다른 학생이나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학부모 동의 하에 학생에게 보호장구를 착용하게 할 수 있다는 근거가 포함됐다. 특수교육대상자의 '도전행동' 중재를 위한 생활지도의 세부 내용은 별도의 가이드라인(지침)을 오는 12월까지 마련해 일선 학교에 안내할 계획이다.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제정안도 별도로 발표했다. 유치원은 초·중등교육법 적용을 받지 않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근거로 마련했다. 초·중·고 학칙에 해당하는 '유치원 규칙'으로 교육활동의 범위, 학부모 교육과 상담의 운영 사항, 교육활동 침해 시 처리 절차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시도교육청에서 학부모 상담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 유치원 규칙에 담도록 했다. 학부모가 교육활동을 침해한 경우 유치원에서 원아의 출석정지나 퇴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넣었다. 이 부총리는 "조만간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유치원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교원에 대한 교권보호대책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고시 시안들을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열흘에 걸쳐 행정 예고해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 달 1일부로 즉시 공포해 현장에 시행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