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스크에 전문가들 "유커, 예전만큼 지출하지 않을 수도"
중국 부동산발 경제 위기 전문가 진단"원화 동반 약세…실물경제 모니터링해야""상저하고 기조는 유지…회복 속도 더딜 듯"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중국의 부동산발 디폴트 위기가 금융시장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의 경기부진이 심화할 경우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하반기 반등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위험요인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작용하면 그만큼 회복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고 말한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유력해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8.1%의 매출을 차지하는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은 지난 7일(현지시간)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에 대한 2250만 달러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유예 기간인 30일 안에 갚지 못할 경우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2021년 말 디폴트를 먼저 겪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는 지난 17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 부동산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와중 중국은 한편에서 내수와 수출도 부진을 겪고 있다. 2021년 2월 이후 처음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0.3%)를 기록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상황이 발생했고, 지난달 수출액 역시 14.5% 하락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하반기 수출 반등, 녹록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중국이 겪고 있는 위기는 구조적으로 과거부터 이어져 온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번 중국 당국의 대응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기도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중국의 경제 위기는 단기간에 갑자기 이뤄진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지방 정부 부채 등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문제"라며 "그동안은 중국 정부가 어떻게든 메꿔왔는데, 이번에는 메꿔지는 수준의 정도인지, 중국의 구조적 문제가 장기화·심화할 건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 국제금융팀 선임연구위원은 "중국경제가 둔화하고, 부동산발 금융불안, 위안화 약세 등이 우리나라의 중국 경제 의존도 측면에서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가 수출에서 하반기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던 바도 생각보다 녹록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천 총괄은 "우리가 기대한 건 중국의 수출이 좀 나아질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녹록지 않을 수 있겠다"며 "중국 정부 당국에서 어떤 대응을 하느냐, 위기의 섹터가 소비와 투자 전반으로 영향을 미쳐 경기 부진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수출 물량 지표가 플러스(+)로 돌아선 것을 언급하며 수출 부진이 저점을 찍고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는 단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천 총괄은 "(전년도에) 수출물량이 워낙 많이 빠졌던 것도 있고, 물량이 중국으로만 간 건 아니고 미국 등에서도 많이 팔린다. 추세적으로 봤을 때, 특정 국가가 전반적으로 한 물량을 다 좌우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전반적으로는 지난 상반기에 저점을 찍고 올라오는 모습이긴 한데, 어느 정도까지 계속 올라올 건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 위원은 "반도체 경기, 특히 중국 현지에서의 반도체 재고가 소진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국 수출이 크게 늘지 않는 요인도 같이 작용하고 있다"며 "이전보다는 중국경제 의존도가 줄어든 건 맞지만, 아직은 높은 상황이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 당국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겠다면서도 당장 우리 금융 시장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거로 관측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경우 글로벌 거래에서 원화를 위안화의 프락시 통화(대리 통화)로 거래하는 경향이 있어 위안화 약세는 원화 동반 약세로 이어지게 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에 들어와 있는 중국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요인도 상존해 있기 때문에 그 자금 이탈의 강도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 위원은 "금융시장은 특히 외환 부분의 경우, 위안화와 원화 간의 동조화 경향이 있다. 한국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 높다는 특징 때문에 위안화 약세로 가면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채권시장에 중국계 자금이 유입돼 있어 이들 자금의 이탈 시 시장 불안이 야기될 수 있기에 모니터링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시장의 안전망 강화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정 위원은 "외환시장과 금융시장 안전망을 보다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최근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나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통화스와프 금액 확대, 외국환 평형기금과 국민연금 간 통화사업 등과 같이 할 수 있는 안전망을 좀 더 강화해 나가는 부분이 필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 총괄은 아직 실물경제에 나타나는 위험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천 총괄은 "환율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게 문제다. 환율은 일일지표로 변동되는데, 이게 다른 지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까지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에 대해 계속 순매수가 이뤄지고 있고, 갑자기 외화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이나 이런 모습은 아직은 없다"며 "금융지표들은 워낙 변동성이 커서 반드시 실물로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면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일 텐데 지금은 그렇게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저하고 기조는 유지…성장률은 1.5% 하회할 가능성 다분" 중국의 경기 부진이 심화한다면 우리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상반기 0.9%에 그쳤던 성장률이 하반기에는 1.8%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 "반도체 경기나 재고의 소진이 연말로 갈수록 긍정적으로 진척되는 건 맞다. 다만 중국경제 성장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또 세계 경제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회복되는 경로로는 가겠지만 당초의 속도보다는 약화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천 총괄은 "상저하고의 의미는 워낙 바닥이었던 성장률이 올라오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다. 경기가 이제 회복된다는 거지 경기가 좋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부동산발 경제 침체로 간다면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상품 수출도 타격받을 수밖에 없고, 유커들이 돌아와도 예전만큼 지출하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유커들이 들어오면 숫자상으로는 회복된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전과 인원 및 지출 규모를 비교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리스크가 커지면 천 총괄은 KDI가 관측한 올해 1.5% 성장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KDI는 정부가 전망한 올해 성장률 1.4%보다 0.1% 높게 전망했다. 천 총괄은 "이런 전망 위험 요인이 작용하게 되면 성장률 1.5%가 어려울 수도 있다. 1.4%나 1.3%도 모두 경제성장률을 하회하는 전망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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