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엔화...BOJ에 달렸다[한중일 통화 어디로②]
올해 엔화가치 11.5%↓…8월엔 2.8%↓日 7년째 마이너스 금리 vs 美 금리 인상 기조BOJ 통화정책 선회에 따라 엔화값 향방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올 들어 엔화값이 10% 넘게 추락하며 힘을 잃고 있다. 미국의 긴축 기조와 엇갈리는 일본의 통화완화정책에 맞물린 결과다. 향후 엔화 가치에 대해서는 일본은행의 통화방향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기조로 전환할 경우 엔화 가치의 반등이 예상되지만, 완화정책을 계속 유지할 경우 현재 145엔에서 움직이는 엔·달러가 향후 155엔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日 마이너스 금리 vs 美 정책금리는 5.25~5.5%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엔·달러의 올 들어 하락폭은 11.5%에 달한다. 지난달에만 2.8% 떨어졌다. 연초만 해도 120엔대에서 등락하던 달러 대비 엔화값은 지난달 장중 한때 146.7엔을 터치하며 9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화폐의 구매력을 의미하는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지난 7월 74.31을 기록하며 1970년 이후 가장 낮았던 지난해 10월(73.7)과 비슷한 수준까지 추락했다. 엔화값 약세의 원인으로는 일본은행의 지속된 통화완화정책이 꼽힌다. 일본은 2016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후 7년째 단기 금리를 마이너스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변국들이 고물가에 시달리는 가운데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보였다는 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 통화 완화 정책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반대로 미국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통화 정책에 돌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3월부터 12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동안 11번이나 금리를 올리며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이 결과 지난해 초만해도 0~0.25% 였던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7월 회의에서 0.25% 인상을 통해 22년 만에 가장 높은 5.25~5.55%까지 치솟았다. 일본과 미국의 반대 방향 통화정책 차이가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 BOJ, 통화완화정책 유지? 정상화? 엔화 가치가 미국의 일본 금리 차이에서 비롯된 만큼 엔화 값의 방향성은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에 달렸다는 시각이 나온다. 미국이 긴축 기조를 거둬들이고, 일본이 통화완화정책을 정상화할 경우 엔화값이 강세로 전환된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9월 혹은 10월 FOMC를 끝으로 금리 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긴축 기조에 따라 미국 경기가 균열 조짐을 보일 것이란 가정에서다. 그렇다면 남은 변수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된다. 완화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매파(긴축 선호)로 돌아설 것인지에 따라 향후 엔화의 향방에 대한 전망이 달라진다. 일본이 통화완화정책에서 선회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는 물가 상승세가 꼽힌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16개월 째 목표치인 2%를 웃돈다. 일본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완화정책 수정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다. 지난 7월 장기금리를 통제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Yield Curve Control)수정을 통해 국채 매입 조건을 장기금리 0.5% 초과에서 1%로 변경했다는 점 역시 통화정책을 매파로 틀기 위한 출구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화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통화정책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엔화는 약세 부분이 완화되며 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7월 금융정책회의에 이어 지난달 미국의 잭슨홀 미팅에서 금융완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뜻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일본은행의 비둘기파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해외 IB(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할 경우 향후 6개월 동안 엔화 가치가 1990년 6월 이후 가장 약세인 달러당 155엔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