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부활 신호탄…탄탄한 기본기 SUV '파일럿'[시승기]
8년 만에 선보인 완전변경 모델 '올 뉴 파일럿'5m 넘는 길이에, 2.1톤 공차중량의 대형 SUV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다양한 편의 사양 갖춰화려하지 않지만 탄탄한 기본기의 정통 SUV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혼다는 국내에서 꽤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다. 신차 부재에 온라인 판매 전환 부담으로 판매량이 곤두박질쳤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 대수가 700여대에 그쳤다. 하지만 혼다는 올 하반기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세단과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며 부진했던 판매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부활의 신호탄이 될 첫 차는 8년 만에 완전 변경 모델로 돌아온 4세대 '올 뉴 파일럿'이다. ◆탄탄한 기본기의 대형 SUV 신형 파일럿은 투박하면서도 강인한 첫인상을 갖는다. 5m가 넘는 길이와 2m에 가까운 전폭, 2.1톤의 거구가 강인한 매력과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후면에 붙은 '파일럿(PILOT)' 글자와 검은색 루프 레일(자동차 지붕에 붙어 있는 길쭉한 구조물) 등이 단순하면서도 힘센 이미지를 전달한다. 혼다 파일럿은 특히 북미 시장에서 주력으로 팔리는 모델답게 정통 SUV로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
운전석에 앉으면 단순하면서도 넓은 대시보드가 개방감을 준다. 꼭 필요한 정보만 담고 있는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 에어컨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물리 버튼이 조화롭게 배치돼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다만 9인치의 센터 디스플레이는 차체 크기와 비교하면 다소 작게 느껴졌다. 유·무선 연결이 가능한 애플 카플레이와 유선 안드로이드오토 기능이 적용된 상황에서 디스플레이 화면이 더 넓었으면 좋았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센터 디스플레이가 작은 대신 에어컨과 히터 등 공조 장치는 다이얼과 버튼 등 물리적으로 디스플레이 하단에 배치됐다. 터치식 디스플레이 안에 공조 장치 조절 기능이 들어간 것보다 물리 버튼이 더 직관적이고 편리한 것은 충분히 장점이었다. 고급스러움과 안락감이 향상된 새로운 브라운 색상의 펀칭 가죽 시트는 감각적인 실내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내에 판매되는 혼다 모델 중 최초로 적용된 전면 지붕창도 더 개방감 있고 쾌적한 실내 공간을 구성한다.
혼다의 새로운 글로벌 프레임이 적용된 1열 시트는 운전자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며, 2열과 3열 시트는 성인 남성도 아주 편하게 느낄 정도의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2열 가운데 시트는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어 더욱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게 했다. 트렁크는 기본 용량이 527ℓ에 달해 일상생활은 물론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에서 넉넉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특히 3열과 2열 시트를 접으면 차박용으로 활용하고도 남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됐다. ◆7가지 주행 모드 등 강화된 편의성 파일럿의 주행 모드는 모두 7가지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용하는 노멀 모드를 기본으로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스포츠 모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이콘(ECON) 모드는 물론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트레일 모드, 눈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스노우 모드 등이 추가됐다. 다른 차를 끌 수 있는 토우(Tow) 모드가 새롭게 포함된 것도 눈에 띄었다. 자동 10단 변속기를 탑재한 파일럿은 실제로 주행할 때 느껴지는 편안함이 인상적이었다. 가속할 때 차량이 매우 부드럽게 속도를 높이며 앞으로 치고 나가는 성능을 보여줬다. 동시에 매우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며 뛰어난 정숙성을 보였다. 서스펜션도 부드럽게 세팅돼 있어서 과속방지턱 등 요철 구간에서도 탑승자에게 큰 불쾌감이나 부담을 주지 않았다.
신형 파일럿에 적용된 편의 기능 중에서는 '테일 게이트 워크 어웨이 락'이 인상적이었다. 트렁크 내부 왼쪽 하단에 있는 워크 어웨이 락 버튼을 누르고 30초 이내에 차량에서 1m 이상 멀어지면 모든 도어가 잠기는 기능으로 많은 짐을 옮길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신형 파일럿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강화했다. 혼다의 차세대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이 기본으로 탑재돼 안전한 운전을 도왔다. 특히 출퇴근 시간의 서울 도심 구간 등 혼잡한 교통 상황에서 계속 되는 출발과 멈춤을 스스로 조절하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 기능을 활용하니 운전의 피로가 크게 줄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 출시 파일럿이 미국과 달리 단일 트림이라는 점이다. 혼다는 미국에서 LX, 스포트, EX-L, 트레일스포트, 투어링 등 다양한 트림을 출시했지만, 국내에서는 최상위 트림인 엘리트만 선보였다. 가격은 부가가치세 포함 6940만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