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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개편]20년만에 바뀌는 내신 등급…文정부 방식 4달만에 유지→폐기

등록 2023-10-10 15: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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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6월에는 "수용"…고2·3 공교육 파행 우려

내신 부풀리기 우려도 여전…A등급 과고 59%

5등급제로 낮추며 경쟁 완화, 절대평가 '유지'

취지 살릴까…특정 고교 쏠림, 대학 외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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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는 2025년 고등학교 신입생(현 중2)부터 내신 9등급제를 5등급으로 20년 만에 개편하고 문재인 정부의 평가 개편안은 폐기하기로 했다.

10일 교육부가 공개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시안'에 담긴 고교 내신제도 개편안은 공통·일반선택·진로선택 전(全) 과목에서 상대평가를 5단계 절대평가 성취도(A·B·C·D·E)와 함께 유지하는 방안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2021년 2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서 고교 1학년이 주로 듣는 '공통과목'은 성취도와 9등급 석차(상대평가)를 병기하고 나머지 선택과목은 성취도만 표기해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로 했었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 6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내신 성적 산출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으나 이런 결정을 4달 만에 뒤집은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결정을 바꾼 이유에는 납득할 만한 지점이 있다.

지난 정부의 내신 평가 제도가 반영되면 대입 수시에서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실시되는 1학년 공통과목만 변별력을 갖고 절대평가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증가하고 있는 고교 자퇴생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고1 입학 후 내신 성적이 부진하면 상위권 대학 수시 합격 가능성이 희박해 질 것으로 여겨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른 뒤 수능을 두 번 본다는 분석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최근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고등학교 자퇴생 현황을 보면 지난해 2만3440명으로 51.5%는 1학년이었다. 2020년(1만5163명)과 비교해 54.6%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종로학원이 대학정보공시 '대학알리미' 자료를 토대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비율을 분석해 보니 2019년부터 매년 0.7%→0.9%→1.1%→1.2%→1.3% 순으로 상승세를 나타낸 바 있다.
교육부는 절대평가의 고질적인 '성적 부풀리기' 우려도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성취도 평가는 성취도 90% 이상이면 등수와 관계 없이 A를 주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절대평가 운영 실태를 살핀 연구 결과, 지난해 A등급 비율이 일반고는 22%였으나 과학고는 59%, 외국어고는 48%, 자사고는 33%였다.

따라서 그간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이 많다고 여겨지는 자사고와 특목고에서는 대입에서 내신을 따기 불리하다고 평가돼 왔으나, 절대평가가 확대되면 이러한 불리함이 해소돼 중학교부터 쏠림이 빚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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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중학교 학생들이 2학기 첫 등교를 하고 있다. 2023.09.08. [email protected]
당초 이 부총리는 취임 초기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고려하면 1학년 공통과목까지 모든 과목에 절대평가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개편 시안에서는 이상적인 방안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맞게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의 제도인데, 내신 상대평가 석차등급제가 유지되면 자연히 등급을 따기 쉽고 공부하기 쉬운 과목으로 선택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지난 5일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출입기자단에게 사전 설명하는 정책토론회 자리에서 "전 과목 절대평가는 너무나 이상적이었다"며 "도입까지 4년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충분히 신뢰할 만큼 교사들이 평가를 하긴 충분치 않았다"고 했다.

때문에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살리면서 내신 사교육 폭증과 고교 수업 파행을 막기 위해 상대평가를 전 과목에 확대하되 9등급제를 5등급제로 완화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절대평가(5단계)와 상대평가(5등급)의 평가 단계를 일치시켰기 때문에 향후 성취도 평가 결과를 석차등급과 비교해 가며 학교에서 신뢰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또 대학에 절대평가 관련 자료인 ▲성취도 ▲성취도별 분포 비율 ▲과목평균 ▲수강자 수를 모두 대학에 제공해 대입 전형자료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단, 상대평가 석차등급과 합치면 수험생의 구체적인 내신 등수를 알 수 있는 표준편차는 대학에 주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상대평가를 5등급으로 변경하더라도 고교 내신의 경쟁 부담이 완화될 수 있을지, 대학들이 절대평가를 신용하려 할 지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개편되는 내신 석차등급은 1등급이 기존 4%에서 10%로 확대되고, 표준편차가 제공되지 않아 1등급 구간 내 동점자를 내신성적 만으로 변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이날 성명을 내 "대학으로서는 5등급제로 인해 내신 변별력이 약화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등급 대신 원점수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어 점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전교생이 200명인 학교라면 1등급이 8명에서 20명으로, 2등급이 14명에서 48명으로 늘어난다"며 "주요 대학에서 수시 전형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며,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나 정성평가 요소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고교 내신 9등급제는 노무현 정부의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따라 지난 2005년 도입됐다. 이후 2014년 절대평가 기반의 성취평가제가 부분 도입됐으나 등급 체계가 바뀌는 것은 20년 만이다.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도입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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