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공격 소식에 즉시 달려간 이스라엘 퇴역 장성[이-팔 전쟁]
포위된 키부츠 마을서 고전하는 소부대 지휘해 하마스 격퇴공격전 이스라엘 분열시킨 네타냐후 총리에 극도로 비판적기부금 모금, 비밀회의 참석하며 큰 영향력 발휘한 '영웅'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 육군 퇴역 장성 이스라엘 지브가 하마스의 공격 당일 친구의 아들이 있는 키부츠를 구하는 등 여러 마을의 방어에 혁혁한 공로를 세워 이스라엘의 영웅이 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브는 지난 7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도중 공격을 알리는 문자 경보를 받았다. 로켓이 대거 발사되고 있었고 하마스 전투원들이 국경을 넘고 있었다. 그 순간 친구 아들이 키부츠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집으로 달려간 그는 군복을 입고 권총을 찬 채 새로 마련한 아우디 승용차로 사막 고속도로를 달렸다. 가자 국경에 다가가자 검은 연기 기둥이 피어올랐지만 이스라엘군은 보이지 않았다. 하마스 전투원들이 달려오면서 그를 향해 중기관총과 총류탄을 발사했다. “수백 명이 달려들었다.” ◆하마스 공격 경보 듣자 곧장 군복과 권총 차고 가자로 달려가 짧은 머리, 다부진 체격의 다혈질인 지브는 이스라엘 방위군 작전 부서 책임자 출신으로 전부터 유명인사였다. 지난 주말 권총 한 자루만 차고 전투 현장에 직접 달려가 전투 부대를 지휘하고 주민을 소개한 그의 활약상이 이스라엘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 방위군의 상징이 됐으며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의 실패와 대비되는 인물로 떠올랐다. 지브는 이스라엘 국민 1200여명이 희생된 것과 관련해 들끓는 여론과 마찬가지로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를 비판한다. 그는 “정부가 완전히 마비됐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 이전부터 네탸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국민들을 심각하게 분열시켜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었다며 극히 비판적이었다. 그렇더라도 지브는 현재 이스라엘에 큰 영향력을 가진다. 지난 11일 그는 기업체 대표들과 전화해 희생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기부금 수백만 달러를 모금했다. 그는 “군이 아닌 희생자를 돕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군과 경찰의 최고 지도자들에게 이번에 하마스에 압도당한 민간 방위군을 크게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를 방문해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만났고 국가안보 당국자들과 비밀회의도 했다. ◆예비역 장성과 군인들로 민간 방위력 강화 주도 이스라엘 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민간 자체 방위력 강화문제가 화두가 돼 있다. 지브는 예비역 장성과 군인들로 가자 국경 지대와 이스라엘 전역에 지역방위부대를 창설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 지브는 지난 11일 남부 지역을 둘러봤다. 26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막 축제현장이 최우선 공격 목표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가는 곳마다 군인들과 시민들이 감사를 표시하면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다음은 지난 토요일 그와 함께 방어에 나섰던 예비역 장성들과 현역 장교들이 전하는 지브의 활약상이다. 텔아비브 근처 자택을 떠난 그가 전투 현장에 도착한 것은 아침 10시쯤, 예비역 장성인 친구 노엄 티본과 함께였다. 그의 아들이 나할 오즈 키부츠에 갇혀 있었다. 유명 언론인인 티본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전화해 전투원들이 다가오고 있다고 알렸다. 티본은 아들에게 “곧 가겠다.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고 안심시켰다. 지브 장군은 가자 근처에 도착하니 곳곳이 불타고 있었고 하마스 전투원들이 건물과 지나가는 자동차를 사격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포위된 마을에 다가가서야 소규모 이스라엘군이 압도적 적을 상대로 전투하는 것이 보였다. 지브 장군은 그들이 “잘 싸우지 못했다”고 했다. ◆부상한 병사 소총들고 직접 사격하기도 그와 티본 장군이 젊은 군인들 소대에 합류했다. 자신의 아우디에 병사들을 태우고 도로에 있는 하마스 대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권총으로 적을 맞추기 힘들었던 지브는 병사 한 명이 부상하자 그의 M16 소총을 들고 사격하기 시작했다.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고속도로와 키부츠 진입로, 숲속에 시신이 널려 있었다. 지브 장군은 하마스 등이 올린 공격 장면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서 “이런 일이 생길 것으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볼 수 없었던 잔인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가자에 대한 모든 정책을 바꿔야 한다. 하마스를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제거할 것이냐고 묻자 “초토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브 장군과 티본 장군은 티본의 아들이 있는 키부츠 인근에서 헤어졌다. 티본은 하마스와 전투를 벌이는 이스라엘 병사들에 합류해 아들을 구하는 동안 지브는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그는 24시간 내내 공격당하는 키부츠와 마을들을 돌아다니면서 총을 쏘고 민간인 대피를 돕고 군대가 지원병을 최대한 빨리 보내도록 조율했다고 했다. 축제가 벌어진 곳이 최악이었다. 가자 국경에서 수km 떨어진 곳에 수천 명의 이스라엘 및 외국 청년들이 전날 저녁부터 모여 춤을 추고 있었다. 지브가 도착했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사막에서 열린 축제가 이번 공격을 촉발했다” 시신들이 가득했다. 캠프장, 춤추던 들판, 도망치려고 탄 차의 행렬들 속에 젊은이들의 시신이 가득했다. 차밖에 몸이 비어져 나온 청년의 목에 손을 대자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브는 “이 축제가 이번 공격을 촉발했다고 본다”고 했다. “하마스가 오래 준비하면서 이번 주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축제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와 증언들을 종합할 때 하마스는 군중들을 3면에서 포위했다. 한 쪽에서 군중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 군중들을 도로로 몰았고 기다리던 하마스 전투원들이 그들을 쓰러트렸다. 지브는 “비명소리가 지금도 들린다”고 했다. “하마스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