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보고서 삭제 지시' 경찰 간부 "잘못 판단"
'인파 밀집' 예고한 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보고서가 압사사고 예상한 건 아냐" 주장유가족 "경찰의 증거인멸 행위 규탄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23일 오후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에 대한 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핼러윈 축제 관련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 3건 등 4건의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를 받고 있다. 특히 용산경찰서 보고서에는 실제 사고가 발생했던 해밀톤 호텔 골목에 많은 인파가 몰려 위험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서는 박 전 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그는 인파 밀집에 따른 사고를 미리 경고한 보고서에 대해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범위를 넘은 게 이태원 참사"라며 "군중밀집형 압사사고를 예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안전대책을 미리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정보분석과는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는 것으로 통상 업무가 종료된다"며 "테러시스트가 국가기관을 공격했을 때 정보활동이 잘못됐다고 단순 연결하기는 어렵지 않냐"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경찰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용산구청에 떠넘기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박 전 부장은 참사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30일 경찰청 정보관리과장에게 "적극적인 수사 드라이브로 주최 측과 자치단체의 책임이 부각되도록 조치 필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박 전 부장은 "경찰이 경력배치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으로 흐를 경우→서울청 대비 미흡, 주말 대규모 집회·시위 대응으로 경력 부족 등 부각→용산 이전이 근본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고, 앞으로 지역행사·축제 등에 더 많은 경력배치 문제로 연결되어 수익자 부담 원칙, 경찰 만능주의 극복에 악영향. 경찰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 발생"이라고 썼다. 앞선 재판에서 박 전 부장 측은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전 과장은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가 규정에 따른 적법한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재판 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 회피를 위해 핼러윈 데이 인파 우려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서 여전히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며 "경찰의 증거인멸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내년 2월 재판부 변동이 예고되어 있어 신속하게 절차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며 재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