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1년④]윗선으로 갈수록 느려지는 책임자 수사…처벌 '0'
'불법 증축' 해밀톤 호텔 재판 속도 가장 빨라'부실 대응' 용산구청장·용산서장은 혐의 부인김광호 서울청장, 아직도 수사 중…"빨리 종결"
특히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참사를 키운 혐의를 받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9개월째 검찰 수사단계에 머물러 있다. 수사·재판 속도가 말단일수록 빠르고 윗선으로 갈수록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증축' 해밀톤 호텔 재판 속도 가장 빨라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은 크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박희영 용산구청장(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정보경찰(핼러윈 보고서 삭제 혐의)▲해밀톤 호텔 대표(불법 증축) 등으로 나뉜다. 재판 속도가 가장 빠른 건 건축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밀톤 호텔 대표다. 참사가 일어난 해밀톤 호텔 인근 골목에 세워진 불법 구조물로 인해 원래도 좁은 골목이 더 비좁아지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은 지난달 재판에서 호텔 대표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인근 주점 임차인과 라운지바 대표에게도 각각 징역 8개월을 구형해 오는 11월29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해밀톤 호텔은 2013년 가벽 불법 증축으로 적발된 뒤 지난해까지 9년간 5억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납부했다. 불법 증축을 방치한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등 공권력보다 민간이 먼저 처벌받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부실 대응 이은 조작 의혹…용산구청장·용산서장 '혐의 부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1월 기소된 후 서울서부지법에서 각각 3회씩 재판이 진행됐다. 당초 검찰이 구속 기소했지만 재판이 길어지면서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축제 기간 경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지휘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참사 몇 시간 전 '압사가 우려된다'는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치던 때 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하다, 참사가 발생한 후에야 이태원역 인근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 상황보고서에 참사 당일 이태원 파출소 도착 시간을 허위 작성하도록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인파 밀집 등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절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참사 직후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업무상 과실'이라는 법적 책임 소재를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서장 측은 도의적 책임을 떠나 형사 책임까지 지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구청장 측도 "인과관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제시되지 않았고 (사고를) 예견할 가능성이나 회피할 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인파 밀집' 보고서 삭제 혐의…"재판 신속히 마무리"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은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핼러윈 축제 관련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 3건 등 4건의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를 받는다. 특히 용산경찰서 보고서에는 실제 사고가 발생했던 해밀톤 호텔 골목에 많은 인파가 몰려 위험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부장 측은 재판에서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김 전 과장은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가 규정에 따른 적법한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는 경찰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용산구청에 떠넘기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 전 과장이 참사 다음 날 "적극적인 수사 드라이브로 주최 측과 자치단체의 책임이 부각되도록 조치 필요"라는 문자를 보낸 것이 검찰 측 증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지난 23일 "내년 2월 재판부 변동이 예고돼 있어 신속하게 절차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고 밝혔다. 늦어도 연초에는 선고를 내리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수사 중'…"빨리 종결"
경찰은 김 청장이 참사 발생 전 '핼러윈 축제 관련 보고'를 수 차례 받아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하고도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가 있다고 봤다. 김 청장이 압사와 같은 사고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 안전관리 대책을 소홀히 했는지 등이 기소 쟁점으로 꼽힌다. 김 청장은 경찰 조사와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사고 위험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도 "움직이는 군중에 대한 사고는 대한민국 처음이었다. 전문가 누구도 사전에 이 부분에 위험성이 있다고 고지한 사례는 없었다"며 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청장 수사를 맡은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 부서를 한 곳으로 일원화해 수사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빨리 속도를 내서 김 청장 관련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김 청장을 기소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태원 참사 발생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159명의 국민이 희생된 참담한 사태에 그 어느 누구 책임지는 이가 없다"며 "하루속히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