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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2년]②'50인 미만' 일단 시행…정부, 당혹감 속 지원책 돌입

등록 2024-01-27 08:14:00   최종수정 2024-02-13 10: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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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법 시행 앞두고 2년 유예 연장 주장했지만 불발

여야 막판 협상 과정서 '산업안전보건청'이 발목 잡아

고용장관 "입법 좌절에 안타까워…野, 맞지 않는 주장"

고용부, 지원대책 곧바로 시행…내주 안전대진단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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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조성우 기자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2022년 1월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4단계 건설사업 현장에 안전모와 장갑이 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오늘부터 5인 이상이 근무하는 모든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된다.

지난 해 말까지만해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 연장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여야가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립을 두고 끝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여야 논의, 시작은 긍정적이었는데…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 발목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인 모든 사업장과 모든 공사현장에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2021년 1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듬해 1월27일부터 시행됐으나 전면 도입에 앞서 근로자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간 시행을 유예했다.

그러나 지난해 재계에서는 법 적용을 앞두고 준비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해왔다.

노동계는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사람 수로 차별하면 안 된다. 대체 2년 동안 뭘 했느냐"며 반대를 표명했으나, 정부는 80만7000여개에 달하는 중소사업장에 당장 중대재해법을 도입하기에는 준비가 미흡하다며 유예를 추진했다. 이에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2년 재유예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초 지난해 말 예산안 협상 과정만 하더라도 유예 연장에 무게가 실렸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공식 사과 ▲향후 2년 간 구체적인 지원방안 수립 ▲2년 후 반드시 시행 등 이른바 '3대 조건'을 받아들이면 연장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12월27일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고 경제단체들도 2년 후 유예 연장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부 대책을 두고 '재탕'이라고 하면서 투입 예산을 2조원으로 늘리고, 산안청 설립을 추가 조건으로 내세웠다.

여야는 법 시행 전 마지막 본회의인 지난 25일까지도 긴밀히 협상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산안청 설립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처리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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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입장문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1.25. [email protected]

◆"개악 무산 다행" vs "범법자만 양산"…정부는 대책 시행 착수

입법 무산 직후 각계에서는 저마다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양대노총은 일제히 환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부와 여당, 사용자 단체의 온갖 획책에도 중대재해법이 원래대로 시행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정부와 국회, 사용자 단체는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고 지원하는 등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에 우선할 수 없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근거가 마련됐다"고 논평을 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계에서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중대재해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영자 처벌을 목적으로 제정됐으나 대기업조차 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산업현장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법률을 소규모 영세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함에 따라 향후 사고 예방효과보다 범법자 양산과 사업장 폐업, 근로자 실직 등의 부작용만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현장에서는 83만7000개 영세·중소기업의 열악한 여건과 부족한 준비 상황,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800만 근로자의 고용과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해왔다"며 "입법이 좌절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장관은 "민주당이 법 시행 열흘 전인 16일에 산안청 제안을 하셨다"며 "역사적 맥락을 보면 2020년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산안청 설립에 관한 법을 발의했는데, 2년 반 동안 충분한 논의도 안 하다 열흘 전에 얘기하는 건 안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간 여러 가지 제약 속에서도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예산을 증가해 재해 예방 예산을 책정하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며 "끊임없이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예산을 확대하고 능력과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답변 드렸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섭섭함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법 시행 이후에도 다음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내달 1일 다시 2년 유예를 연장하는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지만, 고용부는 일단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원대책 추진을 서두르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고용부는 다음 주부터 약 3개월 간을 '산업안전 대진단' 집중 실시기간으로 지정하고 사상 최초로 83만7000개 50인 미만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자체 진단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기업의 중대재해 대응 역량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교육·기술지도와 시설개선을 포함한 재정지원 등을 할 예정이다. 전국에 산업안전대진단 상담·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기업에서 요청하는 경우 현장 출동팀에서 직접 방문해 애로사항을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도 관계부처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중대재해 대책 추진단'이 출범하며, 안전보건관리 전문인력 선임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기업들을 위해 전문가를 공동으로 선임하는 '공동안전관리전문가 지원사업'도 올해 첫 시행된다.

이 장관은 "현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일은 50인 미만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도록 가용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며, "앞서 밝힌 지원 대책에 담긴 내용들을 충실히 이행하되, 이에 그치지 않고 1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대책을 추진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재정당국과 협의해 기금운용계획 변경 등을 통해 보완해나가는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 50인 미만 기업에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지금까지와 같이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게 된다"며 "해당 기업에서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충분한 재해예방 노력을 했는지 면밀히 살펴 엄정하게 수사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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