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피겨 서민규 "'최초' 믿기지 않아…4회전 점프 장착 목표"
세계주니어선수권서 우승…한국 남자 선수 최초 메달
기분좋게 2023~2024시즌을 마무리한 서민규는 이제 4회전 점프 성공률을 높이는데 집중한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은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남자 싱글에서 우승을 차지한 서민규는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1위라는 좋은 성적을 얻었다. 정말 행복하다"며 "우리나라 남자 선수 최초로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것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한국 역사를 썼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민규는 지난 2일 끝난 세계주니어선수권 남자 싱글에서 총점 230.75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인 80.58점을 얻은 서민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50.17점을 획득해 순위표 가장 꼭대기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한국 남자 선수가 세계주니어선수권 남자 싱글 시상대에 오른 것은 서민규가 최초다. 한국 남자 피겨의 개척자로 불리는 차준환(고려대)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는 시상대에 선 적이 없다. 2016년 7위, 2017년 5위에 올랐다. 남녀 선수를 통틀어도 한국 선수가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딴 것은 2006년 '피겨여왕' 김연아(은퇴) 이후 18년 만이다. 서민규는 지난해 9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2023~2024 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231.30점을 받아 한국 남자 선수로는 차준환 이후 7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첫 출전한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서민규의 '깜짝 금메달'에 적잖은 취재진이 몰렸다. "이렇게 많은 취재진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한 서민규는 "뭔가 긴장도 되고 새로운 기분이 든다. 우승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며 웃어보였다. 세계주니어선수권 첫 출전임에도 큰 실수없는 연기를 선보인 서민규는 '긴장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원래 잘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다. 시즌 후반이라 몸이 지쳐있었고, 빨리 하고 집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답했다. 금메달까지 예상하지는 못했다는 서민규는 "대회에 가기 전에는 3위 내에만 들면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른 뒤에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없는 연기를 하면 1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 단독 점프에서 실수가 나와 1회전으로 처리했던 서민규는 "연기를 마친 뒤 1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점수를 기다리며 조마조마했다"고 떠올렸다. 서민규는 키스 앤드 크라이 존에서 점수가 발표된 후 펄쩍 뛰며 기쁨을 한껏 표했다.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공식 연습에서 트리플 악셀을 거의 성공하지 못했는데,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번 중 한 번을 성공해 정말 기뻤다"고 돌아봤다.
비결을 묻는 말에 서민규는 "어릴 때 프로그램이 영화와 관련이 있으면 많게는 10번까지 돌려봤다"며 "이전에 영화 '전우치'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했을 때 10번을 봤다"고 설명했다. 한국 피겨 남자 싱글은 차준환의 독무대였다. 서민규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 남자 싱글을 이끌어 갈 재목이 탄생했다는 평가다. '차준환의 후계자'라는 수식어에 대해 그는 "아직 나에게는 과분한 단어"라며 손사레를 쳤다. 외국이나 서울에서 훈련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서민규는 태어나고 자란 대구를 본거지로 한다. 대구에서 훈련하다가 대표팀 훈련을 위해 서울에 오는 식이다. 서민규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피겨 지상 센터에서 훈련한다. 그의 어머니는 대구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김은주 코치다. 서민규는 "무작정 서울로 간다고 해서 스케이트를 잘 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노력하고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실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1위를 하고 나서 아버지, 어머니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 대만에 가신 어머니는 실수가 나왔어도 침착하게 잘 마무리해서 멋지다고 말해주셨다. (한국에 계시던) 아버지는 우시느라 바로 답장을 주지는 못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우신다"고 덧붙였다. 서민규는 이제 다음 시즌 준비에 나선다. 점수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4회전 점프를 뛰는 것도 필요하다. 서민규는 "이번 비시즌에 열심히 체력을 끌어올리고, 트리플 악셀 완성도를 높여 다음 시즌에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나가고 싶다"며 "내가 뛸 수 있는 4회전 점프를 찾아서 성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2008년 10월생인 서민규는 나이 제한 때문에 2026년 2월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나서지 못한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는 2008년 7월 이전 출생자만 출전이 가능하다. 서민규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더 열심히 준비해서 그 다음 올림픽에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깨를 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