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명단 유출에 블랙리스트 의혹…경찰, 작성자 추적
메디스태프 운영진 증거은닉 혐의로 입건공중보건의 명단 유출…"글 작성자 추적"'제약사 직원 집회 동원 의혹'도 추적 중복귀 전공의 명단 취합 '블랙리스트' 의혹도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찰의 온라인상 의혹 수사도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크게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앱 '메디스태프' 운영진의 증거은닉 혐의, 메디스태프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중보건의(공보의) 명단 유출 의혹,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제약회사 영업사원 집회 동원 의혹, 복귀 전공의 명단을 취합하라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 중 '사직 전공의 자료 삭제 지침글'이 논란이 된 뒤 메디스태프 운영진이 서버 관리자 계정의 비밀번호를 바꿔 증거은닉을 시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경찰은 메디스태프 최고운영책임자(CTO) A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메디스태프에는 전공의들에게 사직 전 업무와 관련한 전산 자료를 삭제하라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온 바 있다. 해당 게시글에는 "인계장 바탕화면, 의국 공용 폴더에서 지우고 나와라" "세트오더(필수처방약을 처방하기 쉽게 묶어놓은 세트)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 등 집단 사직을 앞둔 전공의들에게 병원의 업무 자료를 삭제하거나 변경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이 이를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로 보고 글 작성자 추적에 나서자, 메디스태프 기술직 직원 B씨가 CTO인 A씨에게 서버의 관리자 계정 비밀번호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커뮤니티 관계자들이 관련 자료 등을 숨기려 한 것으로 보고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입건했다. B씨는 지난 12일 한 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려 병원에 파견된 공보의 명단이 온라인에 유출된 사건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전공의 의료 공백에 대응해 상급종합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 등 공보의 158명을 파견했다. 이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파견 공보의들의 이름만 가린 채 소속을 명시한 문건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2곳에 내부 문건이 게시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공보의 파견 현황이 담긴 보건복지부 내부 문건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자를 개인정보보호법과 공무상비밀유출 혐의로 입건했다. 군의관과 공보의의 업무 거부를 종용하는 글을 메디스태프에 잇달아 올린 작성자들에 대해서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현재 이들 게시글의 인터넷 주소(IP) 등을 추적하는 등 방법으로 작성자 특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강남경찰서가 지난달 22일 메디스태프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지 20여일 만에 재차 메디스태프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의대생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직원이 강제로 동원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지난 3일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대회 하루 전날인 2일 한 커뮤니티에는 '총궐기 대회에 제약사 직원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글이 퍼졌다. 해당 글에는 "내가 영업하는 내과 원장이 의사 총궐기에 제약회사 영맨(영업사원) 필참이라고 해서 내일 파업에 참여할 듯"이라며 "뒤에서 지켜보면서 제일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영업사원)에게 약을 다 밀어준다고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총궐기 대회 당일인 지난 3일에도 같은 커뮤니티에 해당 제약회사를 명시한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경찰청은 곧바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며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수사에 착수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했고, 대통령실도 집회 당일 관련 의혹에 대해 '무관용 원칙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역시 글 작성자가 의사협회 회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5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방법) 위반상 명예훼손 혐의로 성명불상자 글 작성자를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1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을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고소 경위와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물었다. 현재는 인터넷 주소(IP) 등을 바탕으로 해당 글 작성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의사-제약업계 간 리베이트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실제 제약회사 직원 동원 여부는 현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이다.
복귀 전공의 명단을 취합하라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 수사도 아직은 글 작성자 추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8일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대한의사협회 내부 문서로 추정되는 서류에 대해서 "현재 진위와 게시자 확인을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아직 (게시자가) 특정됐다고 보진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문건의 진위 판단을 위해 지난 1일 대한의사협회에 대해 압수수색 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해당 건이 있는지 그런 걸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 1일 의협 비대위 지도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내 비대위 사무실, 김 비대위원장의 자택 등지에서 의협 회의록과 업무일지, 단체행동 지침 등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