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더' 디펜더…'온로드'에서도 신세계 열다[시승기]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랜드로버 디펜더 옆에선 웬만한 국내 대형 SUV조차 중형차로 보인다. 이는 2미터(1967㎜)에 육박하는 전고와 5미터가 넘는 전장(5018㎜)을 바탕으로 디펜더의 덩치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디펜더의 첫인상은 '육중함' 자체다. 지난 27일 강원도 인제군의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2024년형 신형 디펜더(110 P400 X)를 시승했다. ◆90㎝ 도강도 문제 없다…'전천후' 오프로더 결론적으로 이날 진흙과 자갈밭, 강물 등 험로 주행을 통해 디펜더는 '완벽한 오프로더'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심 80㎝ 도강에 앞서 기자는 디펜더의 차고(차의 높이)를 145㎜ 높이고, 기어는 저단(로우 레인지)으로, 주행 모드는 '머드(진흙)'로 바꿨다. 강에 들어서자 창문 밖을 살짝 보니, 차량 바퀴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겨 정상 주행이 가능할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기우였다. 디펜더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진흙과 자갈로 이뤄진 강바닥을 무리 없이 통과했다. 디펜더는 최대 수심 90㎝까지 주행 가능하다. 다음으로 경사 30도 이상의 울퉁불퉁한 산길을 올라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내려올 때는 경사로 주행 보조 장치(Hill Launch Assist) 기능을 사용하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설정한 속도 이상으로 차가 빨라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차가 내리막길에서 만날 수 있는 일명 '쏠림 현상'이 없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내리막길에서 차량 핸들링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대형 세단 수준으로 뛰어난 승차감 디펜더가 오프로드에서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디펜더는 온로드(포장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색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그중 인상적인 것은 대형 고급 세단과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 편안한 승차감이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로 바꾸고 달리면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한 디펜더는 도로 곳곳의 방지턱을 아주 부드럽게 넘는다. 브레이크만 잘 밟으면 둔한 사람은 낮은 방지턱을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울러 주행을 하다 보면 이 차의 공차 중량이 2.5톤에 달하는 게 맞느냐는 의구심이 든다. 고성능 모델 P400 X는 최고 출력 400마력, 최대 토크 56.1kg.m를 발휘하는 신형 I6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더욱 차별화된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불과 '6.1초'다. 지난 모델에서 보완점으로 지적됐던 디스플레이 반응성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디펜더에 탑재된 11.4인치 디스플레이는 웬만한 스마트폰 수준의 터치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모델이 때때로 운전자의 터치를 인지하지 못하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는 데 답답함을 보인 것을 떠올리면 상당한 개선이다. 이처럼 온·오프로드에서 매력적인 디펜더를 즐기기 위해선 비싼 유지비와 가격은 감수해야 한다. 랜드로버 측이 밝힌 디펜더의 복합 연비는 6.9㎞/ℓ다. 정체가 심한 도심에서 운전할 때 연비는 훨씬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성능 엔진이 탑재된 P400 X는 디펜더 중에서도 가장 비싼 1억46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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