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환상의 정원 [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②
허쉬혼 미술관과 마주보며, 거대한 원형의 분수가 있는 이곳은 관람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더운 여름엔 시원하게 쏟아지는 분수의 포말이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변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초대한다. 작은 카페에서 즐기는 카페인 충전과 과한 단맛이 인상적인 ‘미국식’ 당 충전도 빼놓을 수 없다. 정원 계획은 1964년 처음 가시화했다. 컨스티튜션 7~9번 애비뉴 사이에 국립 조각 정원을 만들자는 대통령 자문회의의 제안에 따라, 미술관 이사회와 국립공원이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1966년엔 스미스소니언 재단, 내셔널 갤러리, 국립공원 등 3자가 현재 부지에 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원안대로였다면 허쉬혼 미술관과 내셔널 갤러리 사이에 긴 조각공원이 잔디 광장을 가로질러 놓이며 그 너머로 의사당이 보이는 구조였을 텐데, 반대 여론에 밀려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마무리 됐다. 1974년엔 원형 분수가 완공되는데, 같은 해에 원통 모양의 허쉬혼 미술관도 개관한다. 초기 계획이 1960년대에 시작했던 만큼, 조각 정원의 레이아웃은 수차례 바뀌었다. 방향은 관람 편의 강화. 분수대 지름이 약 10피트 줄어들어 보행로를 확보했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조경이 더해졌다. 또 설치될 작품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언제든 변경이 가능하도록 유동성을 확보했다. 정원에는 21개 소장품과 1개의 장기 대여작까지 총 22점의 작품이 있다. 1999년 오픈 때 다수가 설치됐고, 이후 컬렉션이 추가됐다.
서울 청계천들머리에 놓인 클라에스 올덴버그의 작품도 있다. 아내인 코샤 밴 부릉겐과 함께 만든, 거대한 타자기 지우개다. 작가가 어린 시절 가장 가지고 놀기 좋아했던 사무용품이다. 올덴버그는 공공기념물이 역사적 인물이나 중요한 사건을 기념해야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한 때는 중요하게 사용했으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사소한’ 용품이 그 어떤 웅장한 기념비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지 관객으로 그 앞에 서 본 우리는 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집1’(House1)은 마치 그의 그림에서 튀어 나온 듯 똑 닮았다. 걸어가면서 집을 보면 착시현상이 일어나는데, 집이 돌출됐다 푹 꺼졌다 하면서 마치 관객이 팝 아트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주말이면 그 앞을 왔다 갔다 하며 까르르 웃는 어린이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작가가 바랐던 것은 이런 웃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 ‘천국의 계단’이라는 별명이 있는 루카스 사마라스의 ‘의자 변형 20번 B’(Chair Transformation Number 20B), 무서우면서도 연약한 지독한 모성애를 상징하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비교적 최근인 2012년 정원에 합류한 로버트 인디애나의 ‘AMOR’도 눈길을 끈다. 유일한 대여작은 알렉산더 칼더의 ‘붉은 말’(Cheval Rouge)이다. 1974년 작으로, 칼더 재단소유다. 색이 붉은 색이라서 그런지 우아하면서도 강한 서러브래드종이 연상된다. 몰리 도노반 수석 내셔널 갤러리 수석 큐레이터는 조각 정원이 개관 한지 석달 뒤인 1999년 6월 미술관을 찾은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 ‘환상의 정원’(Garden of Illusions)에서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정원도 그렇다. 조각 정원의 개관으로 내셔널 갤러리는 현재 매디슨 애비뉴부터 9번가와 3번가까지 확장했다. 랑팡이 1791년 심은 디자인의 씨앗이 20세기에 발화하고 99년에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다음 주 3편이 이어집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