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부족' 사태 한국 직격탄…감기약·항생제마저 "모자라"[약이 없다②]
원료의약품 해외의존도 90%로 심각낮은약가, 수요공급 불균형 등 문제의약품 자급화, 정부·업계 노력해야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기후변화 등에 따라 원료 및 의약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 세계가 의약품 품절 문제에 맞닥뜨린 가운데, 한국 역시 품절약 사태가 이어지면서 보다 강화된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가 의약품 수급난에 빠진 가운데, 국내에서도 주요 의약품들의 품절 사태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해열제와 소염제, 천식치료제, 항생제 등 다수 약들이 품절대란을 겪었는데, 최근에는 천식 및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와 결핵치료제, 항종양제 등도 품절돼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따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매주 ‘이주의 품절약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4월 둘째 주에 품절된 약으로는 ▲항종양제 ▲응급 항고혈압제 ▲혈장단백질 제제 ▲경장 영양제 등이 꼽혔다. 또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지적한 소아청소년 천식 치료제, 항생제, 독감치료제 등을 비롯한 141개에 달하는 필수의약품은 여전히 품절에 시달리고 있다. 의약품 품절 원인은 다양하지만, 낮은 약가와 원료의약품 수급 불안정, 늘어난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량 등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 원료의약품 자급화가 10% 수준에 불과하며, 주로 중국과 인도, 일본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에서 약 1조6000억원 어치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의 70%를 넘는 비중이다. 중국·인도 원료가 국산 원료에 비해 가격이 20~30%싼 탓이다. 그러나 원료의약품 자급비율이 낮을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나 전쟁 등이 발생했을 때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라 의약품 수급이 불안정해진다. 전세계 국가들이 서둘러 원료의약품 자급화에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낮은 약가 역시 의약품 수급 불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한정된 보험재정 안에서 약가를 낮게 책정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제약사의 경우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필요한 약이라도 생산성이 낮다면 생산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가 인상, 원료자급화 지원, 품절약 협의체 구성 등에 나서고 있으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건약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공공관리의약품센터‘(가칭)를 구축하고 ▲모니터링 및 정보 관리 ▲공공 생산 인프라 구축 ▲수급 예측 고도화 등 연구사업 ▲관련 부처 간 협업 등의 업무를 통해 의약품 품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약가인하 정책자체를 개선해 수급 불안정 사태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및 R&D투자 비율 연동형 약가 보상체계 구축 ▲필수·퇴장방지의약품 생산시설에 대한 지원 및 비축 확대 ▲필수 원료의약품 및 백신 국산화·자급화 기술개발 적극 지원 ▲국산 원료 사용 완제의약품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공공제약사·의약품 유통공사 설립 등을 통해 수급불안정 해소 등이 그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공약처럼 국산 원료를 사용하면 가산약가 및 세제혜택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크게 확대하고, 제약사도 책임감을 갖고 국산화에 나서야 한다”며 “글로벌 정세 불안이 심화되는 만큼 정부와 업계가 이번 기회에 원료의약품 자급화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