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공장에서 찍어낸 마동석이란 장르 '범죄도시4'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새로운 게 있나. 없다. 새로운 캐릭터도, 새로운 스토리도, 새로운 형식도, 새로운 액션도, 새로운 유머도 찾을 수 없다. '범죄도시'는 그저 '범죄도시'다. '범죄도시4'(4월24일 공개)는 '범죄도시2' '범죄도시3'에서 한 발 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작품은 세 쌍둥이 같은 영화. 2022년부터 1년 간격으로 공개된 이 작품들은 사실상 동시에 제작됐다. 2편이 개봉한 직후 3편 촬영을 시작했고, 3편 촬영이 끝난 직후 4편을 찍었다. 주연 배우 겸 제작자인 마동석은 반복해서 "진화했다"고 주장하나 애초에 진화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새로운 게 없다는 말보다 새로울 수가 없다고 말해야 한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지 모른다. 빌런도 다르고 다루는 사건도 다르지 않느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강해상(손석구)에서 주성철(이준혁)로, 주성철에서 백창기(김무열)로 빌런이 바뀐 건 맞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도 해외 납치·협박·살인, 마약 유통 및 살인, 온라인 도박 조직 운영 및 살인 등 다 다르다. 그런데 정말 다른가. 세 악당은 극악무도한 놈들이라는 공통점 외에 캐릭터에 차이가 없다. 위 세 사건 역시 최악의 범죄라는 게 중요할 뿐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마석도는 나쁜 놈들을 막무가내로 쫓아가서 잡은 다음 주먹으로 때려 눕힌다. 그 맛에 보는 거라고? 누가 그걸 모르나. 말하자면 아는 맛을 넘어 뻔한 맛이라는 거다. 마동석은 자신을 엔터테이너로 규정하며 '범죄도시' 시리즈는 "오직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이 시리즈를 철저히 킬링 타임 콘텐츠로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범죄도시4'가 마동석 말에 걸맞는 결과물을 내놨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장이수를 필두로 한 말초적인 코미디를 쏟아내고 각종 말장난으로 잔재미를 보기는 하지만 이번 작품은 한 편의 이야기로서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마석도는 어차피 범인을 잡게 될 거라서 기대가 없고, 백창기는 마석도에게 잡힐 게 뻔해서 어떤 두려움도 주지 못한다. 2편과 3편도 다르지 않았다. 액션이 강점인 시리즈이지만 '범죄도시4' 액션엔 전작을 뛰어 넘는 특별함이 없다. 단검을 빠르게 휘두르는 백창기의 움직임이 눈에 띄긴 하지만 새롭지도 않거니와 남다르단 인상도 주지 못한다. 타격음을 강조한 마석도의 권투 액션은 관객이 지난 작품에서 봐왔던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범죄도시' 시리즈의 액션은 화려함보다 카타르시스를 강조한다. 액션을 전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더 화끈하게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처럼 자주, 어떤 어려움도, 불편함도 없이 반복해서 터져나오는 쾌감을 카타르시스로 부르진 않는다. 이 작품을 연출한 사람이 전작 3편 무술감독을 맡아 액션을 진두지휘한 허명행 감독이라는 점은 '범죄도시4'의 액션을 더 아쉽게 한다. 마동석은 '범죄도시' 1~4편을 묶어 1부라고 했다. 그렇다면 아마도 5~8편은 2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분보다는 1편을 1부로, 1편 이후 5년만에 시작된 2~4편을 2부로 보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그리고 이 2부는 흔히 얘기하는 '마동석이라는 장르'가 날 것처럼 생생하던 1부와 달리 공산품화 해 양산해낸 듯하다. 마동석과 '범죄도시' 제작진이 기획 중인 5~8편이 어떤 작품이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고 반복한다면 관객 지지는 서서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마 관객은 한국영화 최초 시리즈 영화이자 최고 흥행 시리즈 영화가 더 오래 생명력을 유지해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