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배구대표팀 이끄는 외인 감독들 "세계 무대 활약…영광의 시절로"
라미레스 남자대표팀 감독 "한국팀 잘 알아…하나의 팀 만들 것"모랄레스 여자대표팀 감독 "오고 싶은 대표팀 만들고 싶어"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한국 배구대표팀 재건 중책을 맡은 사령탑들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사나예 라미레스(40·브라질)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과 페르난도 모랄레스(42·푸에르토리코)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25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새로운 출발선에 선 각오를 밝혔다. 라미레스 감독은 "한국 배구 역사의 유구함을 잘 알고 있었고, 이 자리에 꼭 오고 싶었다. 남자배구가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모랄레스 감독도 "여자배구 대표팀이 과거 좋은 성적을 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표를 말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달 남녀 대표팀 감독을 새로 뽑았다. 브라질 출신의 라미레스 감독을 선임하며 남자 배구 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을 택했다. 여자 배구대표팀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모랄레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3연속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남녀 배구는 모두 세계 무대에서 고전하고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2전 전패, 24연패를 당했다. 2021년까지 포함하면 최근 27연패 중이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고,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의 4강 신화는 진작에 흐릿해졌다. 남자배구 대표팀은 VNL에도 출전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을 잃었다. 파키스탄 남자대표팀을 이끌었던 라미레스 감독은 그동안 지켜봐 온 한국 대표팀의 문제점으로 "미들블로커(속공수)의 수준을 끌어 올려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경험을 통해 키워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 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팀이 체력, 체격 조건에서 부족하다. 체력 훈련 등을 통해 보완해서 원하는 레벨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탰다. 모랄레스 감독은 "전술, 전략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다"며 "대표팀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단, 리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뛰어난 선수들이 대표팀에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수장들은 리빌등과 함께 국제 경쟁력 강화에 대한 임무를 받아들었다. 라미레스 감독은 "이전에도 아시아팀을 맡아봤기 때문에 한국팀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바레인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내고, 파키스탄 대표팀도 발전시켰다. 한국팀을 꾸준히 보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내 강점"이라며 "보완할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도 잘 알고 있다. 선수들, 스태프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 선수들은 기술이 좋고 똑똑하다.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푸에르토리토 사령탑으로 세대교체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모랄레스 감독은 선수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을 지도자로서의 강점으로 꼽았다. 모랄레스 감독은 "좋은 팀 분위기를 형성한 것도 선수들과 좋은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감독 자리에는 항상 부담감이 있기 마련이다. 이 직업이 가진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담감을 도전 과제로 받아들여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 사령탑은 팀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입을 모았다. 모랄레스 감독은 "선수와 코치 사이에 좋은 분위기가 형성돼야 좋은 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라미레스 감독도 "배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이길 수 없다는 게 내 배구철학"이라며 "팀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표팀이 소집되면 선수들에게도 이 부분을 강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모랄레스 감독은 40위에 머물고 있는 여자대표팀의 세계랭킹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선수들을 봤을 때 더 나은 자리에 있을 수 있다. 랭킹을 올리고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며 "배구 외적으로는 좋은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대표팀에 차출된다고 했을 때 오고 싶은 대표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 15일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입촌해 다음달 열릴 VNL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모랄레스 감독은 "한 팀에서 혼자 40점 이상 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득점을 고르게 분포시키기 위한 훈련을 진행 중에 있다. 모든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해줘야 하고, 빠르게 플레이를 전개해 예측을 어렵게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남자 대표팀은 다음달 1일 소집, 6월 열리는 2024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을 준비한다. 라미레스 감독은 "선수들을 만나 하나의 팀을 만드는 게 단기적인 첫 목표다. 2024년의 목표는 AVC 챌린지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