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 '5만대' 골프…"경쾌함과 실용성 남다르네"[시승기]
'명불허전' 주행 성능과 뛰어난 연료 효율국산차 대비 편의사양 아쉬움 있으나뛰어난 가격 접근성과 정제된 디자인 강점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해치백의 새 기준을 제시한다."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는 폭스바겐 '골프'에 대한 완성차 업계의 솔직한 평가다. 이달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8세대 골프를 시승했다. 이 차는 생각보다 훨씬 더 경쾌하게 달렸고, 준중형 차급에서 최고 수준의 적재 공간을 갖춰 실용성까지 뛰어났다.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을 더하면 골프가 '해치백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왜 '5만대' 이상 팔렸는지 납득할 수 있었다. 골프의 첫인상은 깔끔함 자체다. 50년에 걸친 헤리티지를 계승해 이 차가 골프라는 것을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수 차례 세대 변경을 거치면서 차량을 구성하는 라인은 더 정제된 느낌이다. 넓은 전폭을 강조한 후면 디자인은 전면부보다 훨씬 다부진 분위기다.
골프의 백미는 역시 주행 성능이다. 엑셀러레이터를 밟는 순간 '이래서 골프를 타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 TDI 엔진과 7단 DSG 변속기의 조합을 갖춘 골프는 150마력의 최고 출력을 내며, 특히 1600~2750rpm 실용 영역에서 36.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가벼우면서도 탄탄하게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고, 코너 주행 시 핸들링도 한결 안정적이다. 게다가 이처럼 잘 달리고, 잘 서는 골프의 복합 연비는 무려 17.8㎞/ℓ에 달한다. 최고 수준의 공간 활용성도 이 차의 매력을 더한다. 180㎝가 넘는 성인 남성이 운전석에 앉았는데도 공간이 여유로운 것은 물론, 뒷자리도 크게 좁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장거리 주행을 할 때 키 큰 사람이 뒷자리에 타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여성이나 어린이가 탔을 때는 충분할 정도로 넓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381ℓ고, 2열을 접으면 1237ℓ에 달하는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트렁크가 넓다는 평가를 받는 그랜저 용량이 480ℓ 인 점을 감안하면, 골프의 적재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다만 국산차 대비 편의사양은 확실히 떨어진다. 예컨대 순정 네비게이션의 부재는 한국 소비자가 골프 구매를 고려할 때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하면 네비게이션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는 번거로운 일이다. 이밖에 전반적인 인테리어 수준을 보면 골프가 표방하는 것이 독일 '대중' 브랜드의 볼륨 모델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골프의 매력은 확실하다. 시원하고 가볍게 달리면서도 최고의 연료 효율을 내고,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은 이 차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최근 국산 차의 크기가 도로 상황에 맞지 않게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골프 크기는 여전히 적당해(전장 4285㎜, 전폭 1790㎜) 좁은 길 주행과 주차가 더 쉽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8세대 골프 가격은 3985만원부터 시작한다. 헤리티지를 간직한 디자인에 나무랄 데 없는 주행 성능과 실용성. 아쉬운 편의사양을 상쇄하는 가격대. 골프가 50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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