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서 진짜 석유 나올까"…석유·가스 관련주 폭등 언제까지
증권 애널리스트들 "매장량·사업성 지켜봐야"
증권시장에서 석유와 가스, 나아가 에너지·시추 관련주가 모두 폭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동해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런 기대감으로 관련주가 큰 폭으로 더 오를 수 있지만, 실제 상업화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며 투기적 매매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석유는 "동해에 140억밸러의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첫 긴급 국정브리핑 시작 직후인 오전 10시9분께부터 전날 대비 29.98%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업은 석유·가스 채굴과는 직접적 관련은 없는 석유공업제품 생산기업이다. 한국석유와 함께 석유 테마주로 분류되는 기업들도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액화석유가스(LPG) 관련 석유류 판매기업인 흥국석유(30%), 도시가스 관련주인 한국가스공사(29.87%), 대성에너지(29.91%) 등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강관제조 관련 기업인 동양철관(29.87%)도 급등세를 기록했고, 화성밸브(29.94%), 대통스틸(27.91%), 하이스틸(19.91%) 등은 가격 제한폭까지 올라갔다. 강관은 원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추출·운송할 때 이용된다. 뿐만 아니라 셰일가스 테마주인 우림피티에스(22.95%)도 주가가 급상승했다. 한국은 에너지의 97∼98%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특히 원유는 수입 에너지 중 가장 중요하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 개발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해외 가스 가격에 따라 미수금 리스크에 항상 노출되고 있는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이 구조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국내 산업 기반이 공고해지고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 과거 동해 천해에서 첫 상업적 가스를 발견해 한국은 '95번째 산유국'에 올랐으나, 매장량은 4500만배럴에 그쳤다. 이 가스전의 총 개발비용은 1조2000억원으로 한국석유공사가 모든 개발 과정을 주도했다. 문제는 이번에 상한가를 터치한 기업들이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시추 컨소시움에 실제 참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점이다. 그간 한국석유공사는 국내 동·서·남해 해역에서 물리탐사와 시추를 주도해왔다. 육상시추보다 심해에 구멍을 뚫는 시추는 전문 장비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글로벌 전문 기업에 맡길 확률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석유·가스 부존 여부, 매장량은 물론 사업성 검증 과정이 없고 구두로 발표한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가스공사가 액화 비용 없이 동해에서 가스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원가 하락 효과로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에 이룰 수는 있겠지만 민간 기업들이 참여 기회가 닿을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도 이날 '우리나라에서 가스가 나온다면?'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140억배럴에 해당하는 가스·석유는 석유의 경우, 우리나라가 4년간 사용하는 물량이고, 가스는 29~30년동안 사용하는 양에 해당하지만 실제 매장량(회수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채굴 원가가 경제성 있을 지도 불확실하다"며 "이번 가스전의 경우 한국석유공사가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가 가스전 지분을 보유하게 될지, 민간 혹은 외국 자본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아직 불확실해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