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감세 경쟁’ 본격화…종부세 이어 상속세 완화 검토
여당·정부 종부세·금투세·상속세 등 세제 폐지·완화 드라이브민주, '중산층 부담 경감' 상속세 완화…지도부 "열어두고 논의"민주 일각서 시작된 종부세 폐지…여 판 키우기에 '속도 조절'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여야의 감세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세금에 민감한 중도층과 서민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상속세제 전환(유산세→유산취득세) 등 감세 정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맞춰 정부는 다음달 종부세 폐지, 상속세율 조정 등을 종합적인 세제 개편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중산층 세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종부세와 상속세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종부세 완화는 박찬대 원내대표·고민정 최고위원이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주장하면서 논의의 불씨가 당겨졌으나 정부여당이 종부세 폐지로 판을 키우자 민주당은 속도 조절 중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중산층의 상습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단히 환영한다"며 "그간 민주당이 상속세 개편을 부자 감세라며 반대해 왔는데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상속세에 대해서는 경제발전과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며 "민주당이 진정 민생을 위하고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면 상속세를 미세 조정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시대변화와 세계 흐름에 맞춰 상속세제 전반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유산세를 유사취득세로 변경하고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하며 상속세율을 주요 선진국 사례를 감안해 적정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민주당의 상속세 논의가 종부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종부세를 둘러싸고 당내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공식적으로 종부세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상속세 개편만큼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고, 대주주의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한편, 상속세율은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감안해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 등을 정부와 추가 협의해, 상속세 개편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에서도 주택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에 대해서는 상속세 일괄공제액 기준 상향 등을 통해 세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과세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확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상속세제 개편에서 필요한 것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에 대한 세부담 완화"라며 "공동주택 공시 가격이 2021년 19%, 2022년 17% 넘게 상승하면서, 상속 재산가액 5억원에서 10억원 사이의 과세 대상자가 49.5% 늘어났다. 이 구간에 속하는 상속세 결정세액은 68.8%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일반 상속제 일괄공제 규모는 28년째 그대로인 5억원"이라며 "향후 중산층 상속세 대상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들 가구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장해 주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임 부대표는 "정부가 가업상속 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최대주주 주식의 20% 할증 평가를 폐지한다고 한다"며 "제도 변화의 정책적 실효성과 사회 파급효과 등에 대한 정밀한 연구 분석 없이, 초부자 상속세 감세를 2년 만에 속도전으로 추진하는 것은 졸속 우려가 크다"고 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임 부대표의 중산층 세부담 경감을 위한 상속세법 개정에 대해 "정책위와 사전 조율이 있었던 말은 아니다"면서도 "합리적이고 필요한 개정이라면 열어놓고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은 종부세에 대해서는 다음달 정부의 세법 개정안 제출에 맞춰 당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과 박찬대 원내대표가 주장한 1주택자 종부세 폐지에 대해 당내 이견이 상당한데다 개편 논의에 응했다가 정책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진성준 의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개별적인 견해들이 제출되고 법안 준비하는 움직임들이 나오자 시민사회에선 민주당이 종부세를 폐지하려는게 아니냐 완화하려는게 아니냐 비판이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민주당 일각에서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거론하자 종부세를 아예 폐지하자고 판을 키웠다.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폐지는 시장 왜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고가 주택 선호 현상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3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이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폐지·개편 필요성을 제안한 것을 환영하며 양당이 함께 논의를 진행하자고 말씀드렸다"며 "정작 논의를 시작한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편, 제3당인 조국혁신당은 정부여당의 종부세와 상속세, 금투세 세제개편 추진에 대해 "나라곳간 비우는 부자감세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에도 "종부세 완화 주장에 화답할 때가 아니라 전세사기 피해자 절규에 답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