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1000만③]"집에서 돌봄" 원하는 고령자들…공적 돌봄 강화책은
노인요양시설보다 '살던 곳' 선호도 높지만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 시간·안내 등 부족전문가들 "시간 늘리고 혜택 범위 넓혀야"돌봄통합지원법 제정…"철저히 준비해야"
2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돌봄이 필요한 때 병원보다는 기존에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내길 원하는 고령층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발표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년대생들이 돌봄을 받길 원하는 곳 1위는 '살고 있던 집'(52%)이었다. 같은 질문에서 '노인요양시설'과 '실버타운'을 꼽은 응답자는 각각 22%, 20%로 나타났다. '노인요양시설에 적극 입소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32%, 입소하지 싶지 않다고 답한 이들은 58%로 입소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 2배 가까이 됐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전세계적으로 재가 서비스가 강조되고 있다"며 "불편해도 자기가 나고 자란 곳에서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의 공적 돌봄 제도는 이러한 경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대표적인 공적 돌봄 제도로 꼽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경우 방문요양 서비스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성 질환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에게 신체 활동과 가사 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정부는 지난 3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가급여 1등급 수급자의 월 한도액을 207만원, 2등급 수급자의 월 한도액을 187만원으로 각각 인상하는 등 재가급여를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2027년까지 재가급여 월 한도액을 시설급여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장기요양기관에 따르면 여전히 3등급자 기준 재가급여를 통한 방문요양은 일주일에 6일, 하루 3시간 제공되는데 그쳐 나머지 시간은 가족이 채워야 한다. 제도를 몰라 이마저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통계청의 '돌봄 필요 노인의 현황 및 특성' 제하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3' 보고서에 따르면 돌봄 필요도가 높은 고령자 중 절반 이하인 36.5%만이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신청한 경험이 있었다. 고령자들이 등급을 신청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장기요양보험에 대해 알지 못해서'(27.5%)였다. 입원해야 할 만큼 크게 아프지 않은데도 가족으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은 오래된 문제다.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병원에서 적절한 돌봄을 기대하기란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병원행을 택하는 것이다. 지자체들도 저마다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마다 서비스 질의 편차가 크고 의료 서비스는 대부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재가 돌봄 중심의 공적 돌봄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개선 방향을 두고선 여러가지 방안이 제시된다. 김종명 대표는 장기요양보험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재가 서비스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8시간은 커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급여 대상이 '65세 이상 고령자 또는 65세 미만 중 노인성질환으로 6개월 이상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한정되는 점에 대해서도 "급성질환으로 중환자실을 다녀와서 거동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회복기 재활과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데 재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며 혜택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재가급여가 수급자별로 적재적소에 맞게 이뤄지도록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가급여는 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목욕, 주야간보호 등 종류가 다양한데, 질환으로 인해 전문성 있는 간호가 필요한 경우에도 방문간호보다 비교적 수가가 낮은 방문요양으로 수요가 몰리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김원일 간병시민연대 활동가는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소비자 선택주의'에 입각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게 문제"며 "수급자의 질병 상태 등 돌봄 필요도에 맞는 서비스 설계 체계가 나와야 한다. (공급자 측이) 수급자와 협의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구조 개편을 위해선 재정 확충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논의가 불가피한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김원일 활동가는 "만성질환이 전체 질병에서 차지하는 진료비가 거의 73%를 차지하는데, 고령화에 따라 이 부분이 계속 커질 것"이라며 "장기 요양 재정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의미"라고 예측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밖으로 시선을 확대해볼 필요도 있다. 지난 3월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관심 대상이다. 이 법은 고령자들이 원래 살던 곳에서 의료, 주거 서비스 등을 받게 하는 내용으로,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관련 제도들을 통합해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2026년 3월 시행되며 구체적인 수급 대상과 서비스 내용 등이 정해지지 않아 그 전까지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송상호 돌봄과 미래 소통실장은 "개인정보보호법등 30여개 법들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손을 봐야 한다"며 "여러 직종이 한 울타리에 들어와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