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90, 볼보와 빅테크가 합작한 SUV의 신기원[시승기]
볼보, 최고의 '안전성·성능·디자인'으로 평가브랜드 최초로 '라이다' 적용…충돌사고 '0' 도전인포테인먼트 등 핵심기능은 엔비디아와 협력"현존하는 가장 똑똑한 볼보차" 인정
[뉴포트코스트(미국)=뉴시스]안경무 기자 = "미래 볼보자동차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모델입니다." 볼보차 관계자는 준대형 SUV인 볼보 EX90을 이 한마디로 정의했다. 이달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코스트 일대에서 EX90을 직접 시승했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차를 타보며 EX90의 장점들을 보여주기 위해 볼보는 한국 기자들의 캘리포니아행을 기획했다. 그만큼 EX90은 볼보 자동차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EX90은 무엇보다 '안전성'에 주력했다. 그러면서 차량의 기본인 주행 성능은 물론 내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볼보가 EX90을 통해 형태와 기술, 혁신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도 단순 구호에만 그치지 않았다.
◆250미터 떨어진 보행자 식별…'최고의 감시자' 장착 EX90의 가장 큰 특징은 브랜드 최초로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를 장착했다는 점이다. EX90 루프 라인에 내장된 이 라이다는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절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조용하지만 면밀하게 8개 카메라와 5개 레이더(Rader), 초음파 센서로 작동하며 차량 안팎 곳곳을 쉬지 않고 살핀다.
라이다가 기존 카메라, 그 이상의 기능을 낼 수 있는 것은 카메라처럼 빛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빛이 없어도 별도로 차량 밖 상황을 볼 수 있으니, 야간에도 차량 안팎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위험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라이다는 최대 250미터 반경 안의 보행자들과 120미터 전방의 아스팔트 도로 위에 놓인 검은색 타이어까지 감지 가능하다. 다시 말해 라이다는 빛이 없어도 주변 모든 상황들을 파악해 사고 위험을 줄이는 '최고의 감시자' 역할을 한다. 볼보에 따르면 EX90은 이 라이다 장착으로 치명적인 사고 위험성을 최대 20% 줄일 수 있고, 충돌 방지 효과는 9% 더 높였다.
EX90의 두 번째 장점은 세련된 '외관 디자인'이다. 이 차는 준대형 SUV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둔탁한 느낌은 전혀 없다. 첫인상은 다부지면서 날렵하다. 이는 동급 SUV보다 차고(1744㎜)가 살짝 낮기 때문이다.
특히 미끈한 전면 디자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면부 그릴은 내연기관 시대와 비교하면 훨씬 간결해졌다. 이는 단순히 절제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계승하려는 의도보다는 공기 저항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볼보 관계자는 "매끈하고 둥근 전면이 플러시 글레이징(유리 끼기재가 틀재보다 튀어나오지 않고, 표면이 틀재와 같은 면이 되게 하는 방식) 같은 요소와 결합해 공기가 후면 쪽으로 방해 받지 않고 흐를 수 있게 했다"며 "이를 통해 EX90은 7인승 SUV로는 가장 경쟁력 있는 0.29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디테일에 강한 EX90…매력 포인트는? EX90은 볼보 라인업 최상단 전기차 모델인만큼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주행 가능거리, 코너링 등 기본 성능이 뛰어나다. 이 관점에서 EX90을 타다보면, 이 차를 왜 볼보 라인업 최상단의 프리미엄 차량으로 꼽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예컨대 EX90은 탑승부터 하차까지 전 과정에서 '소음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다. 전기차 특성상 시동을 걸었을 때 소음이 없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외부 소음 차단 수준이다. 차량 밖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는 분명히 들렸지만, 주행 중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필요한 소음은 받아들이되, 불필요한 소음은 완벽히 걸러주는 느낌이다. 실제 이날 시승 코스에는 비포장 도로가 있었는데, 돌맹이나 자갈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EX90은 운전자에게 비포장 도로에서도 포장 도로 주행감을 선사한다. 이 소음 스트레스 해방은 더 나은 사운드 경험을 제공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최첨단 방음 기술로 무장한 EX90에선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으로 깊고 선명한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직관적인 차량 조작을 할 수 있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EX90엔 물리 버튼이 거의 없다. 센터페시아 한 가운데 자리한 14.5인치 중앙 스크린을 통해 공조 장치부터 차량 주행 모드 세팅까지 모두 조작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아울러 중앙 스크린을 통한 차량 조작이 편한 이유는 직관적이면서도 반응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아는 운전자라면, 중앙 스크린의 그래픽과 설명을 통해 단 몇 분만에 EX90의 전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이처럼 운전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든 데는 글로벌 테크 기업과의 협업이 주효했다. 볼보는 EX90의 안전과 인포테인먼트, 배터리 관리 시스템에 이르는 핵심 기능을 미국 엔비디아 및 퀄컴과 함께 만들었다. 볼보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은 EX90이 마치 스마트폰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향상되는 바퀴 달린 컴퓨터 역할을 하게 한다"고 밝혔다. 브랜드 정체성인 '안전성'을 강화하면서도 절제된 멋과 직관적인 조작 체계를 갖춘 SUV. 차량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들을 하나 둘씩 만나다보면, 어느새 볼보가 이 차를 통해 고객들에게 전달하려는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다. 이 EX90이야말로 볼보의 미래, 그 자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