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래 관광객 3천만 꿈 현실로…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 [인터뷰]
내년 7월25일까지 1년간 임기 연장·'관광의 날' '산업포장' 수훈길기연 "서울과 대한민국 관광 발전에 더 기여·헌신하라'는 명령"MICE 대거 유치, 도심 등산관광센터·빛초롱축제·서울 썸머비치 성공'포스트 한류'로 음악·미술·연극·뮤지컬 등 '문화' 주목…'서울 굿즈' 육성도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가 누구냐고 누가 묻는다면, 기자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러면서 꼭 이렇게 부연하겠다.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길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030년까지 목표로 삼은 '서울 외래 관광객 3000만 시대'를 실현하는 최선봉장이다. 2021년 7월26일 시작한 재단 대표 3년 임기를 마친 뒤, 내년 7월25일까지 1년간 임기가 연장된 것도, '제51회 관광의 날'에 관광 관련 공공기관장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인 '산업포장'을 수훈한 것도 지난 시간 그가 쌓은 성취를 높이 치하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이룩할 성과에 거는 기대가 반영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만난 길 대표는 겹경사를 축하하자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면서도 "서울과 대한민국 관광 산업 발전에 더욱더 기여하고, 헌신하라'는 시와 정부의 명령으로 여겨져 어깨가 더 무겁게 느껴지네요"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상당히 황당했죠. 오자마자 코로나19로 인해 일도 못 하고, 방 안에 갇혀 있어야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주저앉아 팬데믹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관광업계에서 '기획통'인 동시에 '실천가'로 평가받는 길 대표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는 앞서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2009~2011) 시절 '한류 관광 열차' '계절별 테마열차' '바다 열차' 등을 론칭해 큰 성공을 거뒀다. "현실이 이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어요"라고 돌아봤다. 그래서 그는 투 트랙 전략을 펼쳤다. 먼저 '비대면'이다. "온라인에 MICE(마이스) 공간을 만들어서 '국제컨벤션협회'(International Congress and Convention Association, ICCA) 등과 협업해 가상의 경복궁에서 MICE 행사를 하면서 국내 관광업계와 해외 바이어가 상담할 수 있게 했죠."
다음은 '실외'다. "팬데믹이었으나, 실외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잖아요? 이에 주목해 전 세계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서울 주변 등산 관광 수요를 파악하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담 없을 정도의 소액만 받고 등산 장비를 빌려주는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를 북한산에 개설했어요." 코로나19 엔데믹이 된 이후 서울에서 잇따라 굵직한 MICE 행사가 거행하고,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가 북한산에 이어 북악산, 관악산(31일 오픈 예정) 등지에서 문을 열게 된 것도 팬데믹 시기에 뿌린 씨가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게 서울이 훌륭한 관광지여서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자세를 낮췄다."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만 해도 서울 안에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수락산, 북악산, 인왕산, 남산 등 명산이 즐비해 만들 수 있었던 거예요.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대도시 주변에 이런 인프라는 없으니까요. 등산 관광객이 중동은 사막뿐이니까 달려오고, 싱가포르나 홍콩은 도시 국가로 주변에 큰 산이 없어 많이 오고, 유럽이나 미국은 액티비티를 즐기니까 찾아오게 됐죠."
그러나, 청계천에 갇혀있던 '서울빛초롱축제'를 2022년 겨울 광화문광장으로 끌어올린 동시에 '광화문 마켓'을 신설·결합함으로써 그해 130만명, 2023년 312만 명이 찾은 '세계 4대 겨울 축제'로 키운 것, 지난해와 올여름 2년 연속으로 광화문에서 서울 도심을 시원하게 만든 '서울 썸머비치'를 개최한 것 등은 단순히 서울이라는 '그릇'이 훌륭해서만 아니다. 셰프로서 그 안에 담을 '요리'를 잘 해냈기에 가능했다. "사실 지난 60년 동안 서울 관광은 경복궁, 창덕궁 같은 고궁과 남산, 명동에 의지하는 것이 전부였어요. 그렇게 해선 한계가 있죠. 외국인이 다시 찾아올 이유가 계속 생겨나야 합니다. 여의도공원에서 운영 중인 '서울달'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 시장의 지시로 길 대표가 준비한 '계류식 가스 기구'인 서울달은 8월 개장 이후 2개월 만에 8000명 넘게 탑승하고, 매일 탑승을 위해 수백 명이 경쟁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길 대표는 "서울달은 계류식 가스 기구로 이미 두바이, 런던, 파리 등 대도시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화성 없는 헬륨 가스로 운영돼 안전하고요. 사실상 하루 종일 하늘에 떠서 서울 슬로건인 'Seoul, My Soul'(서울 마이 소울)을 알리는데,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탑승한 관광객의 만족도가 95%에 달할 정도로 높죠"라고 자랑했다.
그렇다면 '관광 목적지'로서 서울은 한계가 없을까. 3000만 외래 관광객 달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걸림돌'인 탓이다. 길 대표는 "MICE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고 토로한다. 그는 "외국인 MICE 참가자는 일반 외국인 관광객보다 2배 이상 소비를 많이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그래서 시와 재단은 해외 MICE 박람회에 지속해서 참여해 'MICE 1번지'로서 서울을 홍보하고 있고,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죠. 그런데, MICE를 열 대형 컨벤션 센터가 사실상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 하나뿐이에요. 게다가 호텔 문제도 심각합니다. 객실이 늘 부족한 것도 그렇지만, 일손 구하기가 힘들다고 호텔 업계가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취업 비자 규모를 확대해서라도 구인난을 해결해야만 해요. 시와 재단은 당연하고, 정부까지 그 해결을 위해 어서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고 짚었다.
요즘 길 대표는 '포스트 한류'를 준비 중이다. "한류가 영속했으면 하나, 끝날 때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문화'(컬처)가 그 임무를 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처럼 음악, 미술, 연극, 뮤지컬 등에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 시장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서울 굿즈'에 그가 정성을 쏟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서울을 알리는 동시에 '문화 서울' 이미지를 부각하는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실제 재단은 6월에는 서울 유명 아티스트 3인과 협업해 티셔츠, 접시, 머그컵, 우산 등 일상 용품에 디자인을 더한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출시했다. 길 대표는 "서울 굿즈 홍보와 판매를 위해 종로구 청계천로 서울관광플라자 1층에 '서울마이소울샵'을 개관했습니다. 2개월 만에 1억 매출 올리며 큰 인기를 끄는 데 자신감을 얻어 굿즈 가짓수를 현재 250개에서 200개 더 늘릴 계획입니다"면서 "11층 ‘서울컬처라운지’는 6월 개관 이후 6000명 넘게 방문하는 등 성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10% 할인권을' 제공해 서울 굿즈 판매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죠"라고 귀띔했다. 40여 년 관광 외길을 걸어온 그에게 다시 태어나도 '관광업'에 종사할 것인지를 물었다.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제가 내세에서도 관광업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현세에서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서울의 3000만 외래 관광객 달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그 과정에 있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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