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도 수출로 버텼는데…기저효과 사라지니 증가율 뚝[상저하저 현실화②]
13개월째 수출 플러스에도…증가율 둔화전문가들, 수출 업황 5개월째 하향 조정반도체·車 위기감 고조…7000억弗 "어려워"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수출이 1년 넘게 플러스 기조를 이어가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수출 증가율 자체는 둔화하는 모양새다. 반도체·자동차 수출에 대한 위기감이 번지는 데다가 연말까지 통상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서다. 이에 정부는 올해 목표 잡은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575억2000만 달러(79조9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부진을 끊고 증가로 돌아선 이후 플러스 흐름을 지속 중이다. 다만 마냥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올 초만 해도 큰 폭의 수출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 8월 11.0%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뒤 9월 7.5%, 지난달 4.6%로 증가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 산업부는 두 자릿수 증가율이 다시 나타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선 만큼 마이너스로 인한 기저효과가 제거됐다는 것이다. 김대자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수출 플러스가 있어서 이번 달 발표부터는 기저효과가 사라졌다"며 "증가율 측면에서는 과거처럼 두 자릿수 증가율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수출 현황이 밝지만은 않다고 보고, 평가치를 낮춰잡았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에 따르면 산업전문가들은 지난달 수출 현황 PSI를 107로 답했다. 기준치인 100은 넘겼으나 5개월 연속 업황 평가가 하향 조정됐다. 항목별 응답 결과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 대비 개선할 것이란 의견이고, 반대로 0에 근접할수록 악화할 것이란 의견이 각각 많다는 의미다. 특히 수출 증가를 견인하던 주요 품목 중심으로 둔화 조짐이 감지된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40.3% 오른 125억4400억 달러를 기록했다. 10월 기준으로 2021년(111억7300만 달러)과 2018년(115억8200만 달러) 실적을 만회한 것이다. 정부는 12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고 강조했으나, 수출액 규모는 과거 호실적 시기를 회복하는 수준이었다.
더욱이 자동차 수출의 경우 올해 들어 부진이 가속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동차 수출은 증가와 감소를 오가며 예측이 불가한 상황이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 1월 전년 대비 24.7% 증가를 기록한 이후, 2월 -7.9%, 3월 -5.0%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후 4월(10.2%)과 5월(4.7%) 증가했다가 다시 6월(-0.4%), 7월(-9.2%), 8월(-4.4%) 하락을 이어간 바 있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한 반도체·자동차의 위기설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더욱이 연말로 갈수록 미국 대선을 비롯해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견된다. 수출 전망이 어두워지자 정부도 당초 목표 잡았던 '올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산업부는 적어도 올해 말까진 안정적인 수출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실장은 "연말까지 반도체 수출은 증가세가 계속 견고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다만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사태 그리고 미국 대선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산업부 차원에서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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