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날아오는 농구공 피할 뻔"…애플 비전프로 써보니
[리뷰]애플 비전 프로 15일 韓 공식 출시…애플스토어서 직접 체험영화관 모드 유튜브·OTT부터 눈앞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경기까지 생생애플의 공간컴퓨터 기술 완성도는 '굿'…가격 보면 실제 구매는 '글쎄'
15일 한국에 공식 출시된 '애플 비전 프로'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 모습들이다. 단순히 증강현실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이나 아름다운 휴양지로 훌쩍 떠나는 것이 가능했다. 사실 비전 프로는 이미 지난 2월 미국, 6월 중국,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 여타 국가에서 앞서 출시된 만큼 관련 정보가 모두 알려진 제품이다. 그만큼 국내 출시가 발표된 이후에도 기대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전 프로가 제공하는 가상현실 속에 직접 들어가보니 '말로 듣는 것과 실제 체험은 완전히 다르다'고 느껴졌다. ◆실제 써본 비전 프로, 생각보다 가벼워…시선·손가락 조작도 똑똑하게 인식 비전 프로를 착용하기 위해서는 페이스ID 기능이 있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내 머리 크기 등을 측정해 최적화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후 비전 프로를 착용한 뒤에는 '마우스' 역할을 해야할 눈과 손의 움직임을 비전 프로에 맞추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비전 프로의 무게는 약 600g인데, 처음 착용했을 때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VR(가상현실) 헤드셋 등에서 흔히 나타나는 어지러움 등의 현상도 사용 도중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비전 프로 설정을 마치면 아무것도 없는 허공 위에 마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메인 화면처럼 여러 기본 앱들이 배치돼있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이후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듯이 시선으로 원하는 앱을 바라보고 엄지·검지 손가락을 앱 위에서 꼬집듯이 맞대기만 하면 앱이 실행된다. 비전 프로에서의 거의 모든 조작은 눈과 두 손가락만으로 이뤄진다. 화면을 위아래, 양옆으로 움직이고 싶으면 손가락을 맞대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잡아당기듯이 움직이면 되고, 줌 인·아웃도 양손의 손가락으로 콘텐츠를 잡듯이 팔을 넓혔다가 좁히기만 하면 된다.
비전 프로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화면을 띄워주는 AR(증강현실)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내 주위로 가상현실을 만들어주는 기능이었다. 기기 우측에 장착된 '디지털 크라운' 버튼을 이용해 VR과 AR 모드를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다. 애플스토어에서 제공하는 비전 프로 데모는 남태평양의 휴양섬인 '보라보라섬'의 전경을 주변에 펼쳐주거나, 내가 과거 촬영했던 사진의 모습을 눈앞에 가상현실로 보여준다. 비전 프로나 최신 아이폰의 '공간 촬영'으로 찍은 사진·동영상은 사진 속 풍경이나 사람이 정말 눈앞에 있는 것처럼 더 생생하게 나타났다. 유튜브나 OTT 영상을 단순히 허공에 화면으로 띄우는 것 만이 아니라 영상 화면이 나타난 주변 환경을 영화관과 똑같은 가상현실로 전환할 수도 있다. 영화관 앞·뒤·가운데 자리부터 발코니 좌석 등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실제 체험하기 전에는 '가상현실이 얼마나 리얼하겠나'라고 생각했지만 조용한 곳에서 혼자 영화관 모드를 적용하면 실제 영화관과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나만의 영화관부터 안방서 즐기는 프로 스포츠까지…'알고도 속는' 비전프로 가상현실 이같은 가상현실 기능은 애플이 비전 프로 기능 소개를 위해 제작한 약 5분 분량의 영상에서 톡톡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영상은 아무 안전장치가 없는 절벽부터 상어가 헤엄치고 있는 바닷속, 눈덮인 산맥 꼭대기를 바라볼 수 있는 허공, 코끼리와 코뿔소가 눈앞에서 돌아다니는 초원 등에 실제로 찾아간 것 같은 체험을 하게 했다. 가상현실이라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절벽 아래를 바라보면 오금이 저리는 듯 했고, 코끼리가 코로 뿜어내는 흙탕물이 내 정말 내 몸에 튀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도 했다. 이같은 가상현실이 가장 완벽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 영역은 '스포츠 경기'였다. 이 또한 실제 착용 전에는 단순히 스포츠 경기 영상을 허공에 화면으로 띄우는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정말 경기장 한가운데, 관람석 맨 앞에 앉아서 경기를 보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줬다. 축구 경기의 경우 선수들이 공을 몰고 나가는 소리부터 공이 골대를 맞추는 소리와 진동, 골대 그물이 출렁거리는 소리까지 리얼하게 구현됐다. 농구 경기 또한 바로 눈앞에서 NBA(미국프로농구) 스타들이 드리블을하고 덩크슛을 꽂아넣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소개 영상에는 농구공이 착용자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장면도 담겼는데, 가상현실이라는 걸 인지한 상태임에도 절로 눈을 감고 몸을 움찔하게 될 정도였다.
짧은 비전 프로 체험을 마친 뒤 든 생각은 애플이 강조한 공간컴퓨터 기술이 허풍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실감도를 보여줬다. 다만 기술의 완성도와 별개로 '비전 프로를 구매할만 한가'라는 질문에는 마냥 긍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생각됐다. 결국 가장 큰 장애물은 가격이다. 국내 출고가가 499만원부터 시작하는 초고가 제품인 만큼 아무리 진짜 같은 가상현실을 구현한다 해도 섣불리 선택하기는 어렵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킬러 콘텐츠 부족 문제도 여전하다. 애플은 비전 프로 전용으로 개발된 2500개 이상의 앱이 마련돼있고, 150만개 이상의 아이폰·아이패드 앱도 비전 프로와 호환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데모 영상에 나타난 것과 같은 제대로 된 가상현실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게 별도 기술이 적용된 콘텐츠들이 필요하다. 가령 우리 지상파 TV에서 하는 월드컵이나 프로야구 경기 등을 비전 프로로 감상한다 해도 전용 콘텐츠로 제작되지 않으면 실제 관중석에 앉은 체험을 당장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2300만 화소를 지원하긴 하지만 외부 환경을 볼 때는 두꺼운 고글을 쓴듯 뿌옇게 보이는 디스플레이, 외장형 배터리, 실외에서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운 부피와 디자인 등도 다소 아쉬운 점으로 생각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또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제품 중 하룻밤 사이에 성공한 것은 없다. 비전 프로도 서서히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공간컴퓨터 기술의 경우 이미 놀라울 만한 결과물을 내놓은 만큼 가격 합리화, 콘텐츠 확충 등을 통해 비전 프로가 일반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 또한 "비전 프로는 공간컴퓨터라는 새로운 영역에서의 '퍼스트 펭귄(선구자)'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애플이 핵심 기술은 궤도에 올려 상용화까지 한 만큼 과거 아이폰 등장 이후 수년에 걸쳐 스마트폰 시대가 찾아온 것처럼 비전 프로도 그에 맞는 새로운 시장, 콘텐츠가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