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기업들, 타격 더 크다[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폐지②]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가 폐지돼 미국 전기차 시장이 또 한번 위축될 경우 한국 배터리 업계에 이어 전기차 공급망 하단에 위치한 배터리 양극재, 음극재, 동박 등의 생산 기업들도 줄줄이 타격을 입게 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경우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매출 감소도 심각할 전망이다.

단적으로 에코프로그룹은 전 가족사가 배터리 사업과 연관돼 있는 만큼 가장 밀접한 영향권에 놓여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양극재를 생산하는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전구체 생산 자회사 에코프로머티, 에코프로에이치엔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올 3분기 에코프로는 영업손실 108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한 바 있다.

에코프로의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전방 수요 둔화 해결이 가장 근본적인 과제로 여겨지는데 이번 IRA 보조금 폐지 조짐은 실적 부진을 더 장기화할 악재로 꼽힌다.

LG화학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미국 테네시주에 2조원을 투입해 연간 6만톤 생산 규모의 북미 최대 양극재 공장을 착공했다. 특히 이 공장은 북미 고객사 전용 공장으로 지어지는 고객 맞춤형 양극재 생산기지다.

이는 고객사들이 IRA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대응하기 위한 발빠른 취지로 꼽혔다. 통상 양극재 업체들은 완성된 제품을 배터리 셀 제조사에 직접 판매하는 방식의 유통 구조를 취하고 있다. 때문에 해당 공장이 인접한 배터리 셀 제조사가 IRA보조금 폐지로 침체를 겪을 경우 수익성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SKC,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등 동박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동박은 배터리 소재로 쓰는 얇은 구리막으로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소재다.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이자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동박 사업을 하는 3사는 3분기 모두 적자로 전환했다. SKC는 8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비주력 사업 정리에 나섰고, 업계 유일의 흑자 업체였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317억원 적자를 냈다. 솔루스첨단소재도 186억원 영업이익으로 1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배터리 셀 사의 영향이 소재사에게도 전달 되기 때문에 판매량이 줄어들거나 원가 인하에 대한 압박이 있을 수 있다"며 "북미 진출을 검토했던 기업들은 재검토하거나 보류할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처럼 전기차 보조금 폐지인지 혹은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폐지인지에 따라 영향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배터리 소재·부품사로서 큰 악재여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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