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인인가, 정당방위인가…'테베랜드'[이예슬의 쇼믈리에]
연극 '테베랜드'의 등장인물 마르틴의 이야기를 사회기사로 정리하면 이렇다. 현대판 오이디푸스라 할 만한 사건이다. 연극의 제목인 '테베랜드'도 오이디푸스 신화의 배경인 고대 그리스의 도시 테베에서 따온 것이다. 등장인물은 세 명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교도소에 수감된 마르틴, 그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준비하는 극작가 S, 정부의 반대로 마르틴이 직접 무대에 서지 못하자 그를 대신해 무대에 오르는 배우 페데리코다. 하지만 마르틴과 페데리코를 한 명이 연기하기 때문에 무대에 실제로 등장하는 배우는 두 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연극은 오이디푸스 신화를 큰 축으로 하는 작품이다. S와 페데리코는 라이오스가 자신의 아버지인지 알지 못한 채 살인을 저지른 오이디푸스, 부친을 살해한 아들이 등장하는 도스도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통해 존속 살해의 본질을 논한다. 오이디푸스가 친부를 알아보지 못하고 죽인 근본 배경에는 부모로부터의 유기가 있었다. 부모의 보호가 마땅한 어린 시절부터 부친으로부터 끔찍한 학대에 시달린 마르틴은 아버지를 죽이고 감옥에 갇혔다.
철창과 폐쇄회로(CC)TV 등 무대 구조를 활용한 연출도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데 큰 공이 있다. 관객과 완전히 등진 마르틴의 표정을 무대 위 모니터로 지켜보는 모습이 신선하다. 처음에는 철창 안에 있는 인물이 마르틴, 철창의 안팎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인물이 페데리코라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누가 마르틴인지, 페데리코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종국에는 페데리코가 실존 인물인지조차 알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흐름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연극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만난 S와 마르틴의 관계는 그 동안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이 없어 외로웠던 마르틴의 이야기를 S가 진심으로 들어주고 보듬어주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서서히 가까워 진다. 이주승은 불우한 유년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마르틴을 표현해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이석준은 자애로운 선생님이면서 마르틴은 가지지 못했던 이상적인 아버지 같은 존재로 보이는 한편 엄청난 대사량을 쏟아내는 지식인을 연기했다.
◆★공연 페어링 : 그리스 와인 '테베'는 그리스 중부 보이오티아 지방에 위치한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다.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여 방어에 유리하고, 농산물이 풍부해 그리스 초기에 번영을 누렸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가 포도와 와인의 신이라는 면에서도 알 수 있듯 그리스는 오래된 와인 산지다. 5000년이 넘는 와인 역사를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부의 네메아에서 나는 레드 품종 '아기오르티코', 화산섬 산토리니의 화이트 품종 '아시르티코', 그리스 북부 나우사의 레드 품종 '시노마브로'를 대표로 들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