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근진 탈피, 007 뺨치는 첩보…'스윙데이즈'[이예슬의 쇼믈리에]
뮤지컬 '스윙데이즈' 리뷰
1930년대 중국 상하이. 화려한 비즈니스 파티장에 주인공이 수트를 차려 입고 시가를 피우며 등장한다. 손에는 샴페인 잔을 들고. 기업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유한양행의 창업주 유일한 박사를 모티브로 한 인물 '유일형'이다. 유 박사가 '암호명 A'로 냅코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된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A'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독립운동을 다루는 극이 대체로 엄숙함과 비장미가 흐르고 독립운동가를 '구국의 영웅'으로 그린다면, 뮤지컬 '스윙데이즈'에서는 주인공의 활동을 화려하게 위트있게 풀어내는 방식을 썼다. 작품에서는 독립운동마저 '이기는 판'으로 보고 뛰어든 기업인 출신 스파이의 활약이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나라를 구해야 하는 당위성이나 민족 독립이라는 대명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에 방점이 찍힌다. 이 때문이 위인전이나 '국뽕'(맹목적 애국심) 뮤지컬처럼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접어도 될 듯 하다. 여러 넘버들 중에서는 특히 병실의 환자가 전쟁터의 군인으로 변하는 '꿈꿀 수 있게', 제약회사의 직원들이 비행복을 입은 소년병이 돼 낙하하는 모습의 '멈출 수 없어' 등 반전 넘버들이 매력적이다. 극중극 형태의 '스윙 댄스'는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일형 역에 유준상·신성록·민우혁, 일본인 장교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인 중좌 '야스오' 역에 고훈정·이창용·김건우, 일형의 소꿉친구이자 사업파트너 '황만용'에 정상훈·하도권·김승용이 출연한다. 내년 2월9일까지 공연한다.
'스윙데이즈'는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 풍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역동적인 무술 장면이 보는 눈과 듣는 귀를 즐겁게 하는 '잘 만든 쇼'였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스윙 재즈 선율이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데, 극의 배경인 1930~1940년대 초반은 스윙 재즈의 전성기와 맞아떨어진다. 브라스 연주가 돋보이는 빅밴드 느낌의 음악이 극장을 풍성하게 감싼다.
세부 지역이나 생산자의 양조 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나파'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특성은 있다. 묵직한 바디감에 실키한 구감, 풍부한 과일 풍미와 오크 숙성에서 기인한 초콜렛·바닐라·견과류 등의 향과 맛이 복합적이라는 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