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직사회①]'늦깎이' 공무원 된 그는 왜 다시 '탈공직' 꿈꾸나
5급 공채 경쟁률 또 하락…9급 반등했지만 '글쎄'MZ 공무원들 '이탈 러시'…"낮은 보수·업무 과도"오늘도 탈출을 꿈꾼다…68% "공직 그만두고파"
한 때 '철밥통'으로 불리며 취업 준비생들의 선망의 대상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 공직 사회가 '위기'에 처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 하락 등 공무원 인기는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으며, 이른바 'MZ 공무원'으로 불리는 저연차 공무원들을 중심으로는 공직사회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공무원=신의 직장'은 '옛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5급 공채 경쟁률 또 하락…9급 반등했지만 '글쎄' 9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발표된 올해 국가 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공채)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 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34.6대 1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하락세를 기록했다. 선발 예정 인원 347명에 총 1만2005명이 지원했는데, 지난해 348명 선발에 1만2198명이 지원해 경쟁률 35.1대 1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응시자는 2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최근 5년간 경쟁률을 보면 2021년 43.3대 1→2022년 38.4대 1→2023년 35.3대 1→2024년 35.1대 1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전날 발표된 올해 9급 공채 평균 경쟁률은 24.3대 1로, 9년 만에 반등하기도 했다. 선발 예정 인원 4330명에 총 10만5111명이 지원했다. 5년간 경쟁률은 2021년 35.0대 1→2022년 29.2대 1→2023년 22.8대 1→2024년 21.8대 1이었다. 그러나 선발 예정 인원이 지난해(4749명)보다 줄었다는 점, 지원자가 지난해(10만3597명)보다 늘긴 했지만 그간 매년 지원자가 15만~20만명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경쟁률이 다시 높아졌다고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요즘은 우리 때와 달리 자식에게 공무원을 권하면 시험을 안 보겠다고 한다"며 "힘들게 시험 보고 들어왔는데, 민간 대비 낮은 보수 등 열악한 처우에 공무원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메가스터디가 공무원 시험 학원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메가스터디교육 측은 "공무원 사업이 전 사업 중 유일하게 적자를 낸 데다 공무원 채용 인원 감소, 선호도 하락 등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MZ 공무원들 '이탈 러시'…"낮은 보수·업무 과도" 무엇보다 저연차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은 공직 사회의 대표적인 위기로 꼽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재직 5년 미만 공무원의 조기 퇴직자는 2019년 6663명→2020년 9258명→2021년 1만693명→2022년 1만3321명→2023년 1만3823명으로, 4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인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재직 1년도 채 안 돼 퇴직한 새내기 공무원은 2023년 3021명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기획재정부 소속 30대 사무관은 "확실히 최근 들어 이직한 공무원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부처 동기들 가운데 5분의 1이 이미 로스쿨이나 로펌, 대기업 등 다른 곳으로 떠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연차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은 낮은 보수와 과중한 업무, 비효율적 조직문화, 업무 대비 성취감 저조, 악성 민원, 지방으로의 근무지 변경, 인사 적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5급 사무관은 "주변에 행시 사무관 동기들이 그만 두는 이유를 보면 보수도 별로 못 받는데, 갑자기 지방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큰 것 같다"며 "특히 같이 일하는 7, 9급 주무관들의 경우 업무 강도에 비해 보수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중앙부처 소속의 한 사무관은 "비단 MZ 공무원뿐 아니라 중·고연차 사무관, 과장급들도 이직한 사례가 많다"며 "일은 많고 힘든데 소모적인 데에 에너지를 쓸 때가 많고,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등 여러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오늘도 탈출을 꿈꾼다…68% "공직 그만두고파" 더 큰 문제는 이미 떠난 공무원들에 이어 공직 탈출을 꿈꾸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행안부가 지난해 6월 실시한 '저연차 공무원 공직사회 조직문화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만8248명 중 68.2%(3만2905명)가 '공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중 1만1517명(23.9%)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공직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복수 응답)는 '낮은 금전적 보상'이 35.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악성 민원 등 사회적 부당대우' 18.9%, '과다한 업무량' 13.1%,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족' 9.3%, '낮은 업무 효능감 및 성취감' 8.5%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열망에서 실망으로 : 2023년 공직생활실태조사로 살펴본 신입 사무관의 이직' 보고서에서도 응답자 6000명 중 43%가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공공 봉사 동기가 강하고, 정책 결정 참여 과정에 공직의 매력을 느낀다고 답한 5급 신입 사무관들의 이직 희망이 절반에 가까운 49.1%에 달한 것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김경동 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 부연구위원은 "이는 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효능감이나 의사 결정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에 대한 좌절감과 실망감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소 수년간 공무원 시험 준비 과정을 거쳐 어렵게 공직에 입직하고, 5년도 지나지 않아 이직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면밀한 분석을 통한 맞춤형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시스는 [위기의 공직사회②]에서 공직 이탈의 다양한 원인을 공무원들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들여다 보고자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