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엉성함의 마력…‘무안점토’ 홍순모 '조형의 여정'
가나아트센터 ‘Space 97’서 개인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형태는 사상이다. 나는 형태로 이야기한다. 형태는 삶의 모습이자, 삶의 한 단면이다.” 인간 내면의 원초적인 본질과 질박한 삶을 담아내는 조각가 홍순모(80)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Space 97’에서 7일 개막한 전시에는 톡특한 질감의 1980년대 무안점토부터 새롭게 매진하고 있는 부조 작업인 ‘드로잉’ 연작까지 50여점을 선보였다. 196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후 1979년부터 2014년까지 목포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목포대학교 교수로 임용되면서 1980년대 초 목포로 이주하였는데, 그 때 발견한 ‘무안점토’가 홍순모의 작업세계를 대표하는 재료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작업의 주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무안점토는 보통 반죽으로 만들어 도자공예의 원료로 사용하는데, 홍순모는 이 무안점토를 현대 조각의 시각으로 새롭게 접근했다. 흙반죽으로 만드는 대신 분말 상태 그대로 적용했고 그 결과 분말의 물성을 살린 거칠거칠한 표면 질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는 이 무안점토 분말에 모래, 폴리에스테르, 호마이카(Formica, 플라스틱 합성수지의 일종) 등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원료를 만들어 냈고,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질감을 돋보이게 하는 작업 방식을 고안해 냈다. 작가가 고안해 낸 특유의 투박하고 거친 질감에 단순하고 정적인 형태와 독특한 비율이 어우러져 홍순모의 인물 조각에는 소박하면서도 따듯하고 친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홍순모의 형태를 보고 있노라면 다듬지 않은 것 같은 거칠고 엉성함 같은 것이 먼저 눈을 자극한다. 그리고 어떤 아픔이 내면으로 들어온다. 뒤따라 고요함과 슬픔이 스며온다. 한참 보고 있노라면 소박함과 사랑스러움과 고독함과 유머러스함이 서로 교차하면서 물결친다. 그리고 한참 보고 있노라면 조형의 말로 짜 놓은 문장이 읽힌다.”(조각가 최종태의 말)
이번 전시에서는 홍순모가 최근 정진하고 있는 ‘드로잉’ 시리즈가 공개됐다. 조각가에게 드로잉은 실제 작업을 하기 전의 밑작업 또는 구상 단계에서의 습작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홍순모의 ‘드로잉’ 작업은 그가 조각가로서 일관되게 추구해온 작업 철학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독특한 화판에 펼쳐진 단순화된 인물의 묘사와 그 바탕을 이룬 재료에 대한 부단한 연구는 조각 작업의 연장이다. 이번 전시 '조형의 여정'은 타이틀 그대로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몰입해온 홍순모의 조형에 대한 응축된 열정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3월 2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