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직사회③] MZ 공무원들 "보수도 올려야겠지만 더 필요한 건…"
"7~9급 보수, 터무니 없이 낮아…승진 당근책 필요""공직가치 회복 시급…AI 도입해 소모적 업무 줄여야""조롱받는 공무원들…공직자 대상 인식 개선도 이뤄져야"
◆"7~9급 보수, 터무니 없이 낮아…승진 당근책 필요" 뉴시스가 인터뷰한 4~5년차 저연차 공무원들 상당수는 가장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보수 인상'을 꼽았다.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4년차 8급 지방직 공무원 A씨는 "첫 월급을 받고 소위 '현타'가 왔다"며 "통장에 찍힌 실급여액이 12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주거비, 생활비, 차 할부금, 전세대출 이자 등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만 급여의 절반에 달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5년차 5급 사무관 B씨는 "같이 일하는 7~9급 주무관들은 업무 강도에 비해 보수가 적으니, 어려움을 많이 토로하다가 그만두고 싶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올해 저연차 공무원들의 보수 인상률을 6.6%로, 다른 급수(3%) 대비 대폭 올렸지만, 7~9급 공무원들은 인상을 체감하긴 어려운 수준이라고 한다. A씨는 "인사처에서 저연차 인상률을 많이 높였다고 하는데, 월 7만원 정도 오른 수준이라 사실 크게 체감이 되진 않는다"고 했다. 인사처는 현재 9급 공무원의 초임 보수를 2027년까지 월 30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처음 공직에 입직하면 지금은 월 269만원을 받는데, 내년에는 284만원, 내후년에는 300만원으로 단계적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 외에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저연차 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승진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무원 보수를 급격하게 인상하기 어렵다면, 9급에서 6~7급으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최저 근무기간이라도 단축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9급에서 4급을 달기까지 필요한 최저연수를 13년에서 8년으로 줄였지만,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직급, 직렬별로 정원·현원 비율이 정해져있어 '필요 최저 연수'를 중족하더라도 인사 적체로 인해 승진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A씨는 "인사 적체가 덜한 직렬에서는 승진이 빨리 되지만, 현원이 많은 직렬에서는 승진이 들쑥날쑥한다"며 "직급별 정원 비율을 바꾸지 않는 이상 현장에서는 승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 인상도 중요하지만, 정부에서 이런 종류의 고민도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먹구구식 업무 인수인계…체계적 시스템 도입 필요" 보수 인상과 더불어 '주먹구구식' 인수인계 체계도 변해야 한다고 저연차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공무원들은 2년마다 보직을 순환하지만, 상당수는 인사이동 후에도 제대로 된 업무 인수인계를 받지 못 한다.
갓 임용된 신임 공무원들은 더 문제다. 업무 숙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적 리스크가 큰 업무에 투입돼 '전문가'처럼 일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C씨는 "처음에 민원업무를 보면서 민원 지침을 숙지하기 위해 독서실을 다시 끊었다"며 "당장 어제 왔다고 하더라도, 민원인은 그걸 봐주지 않기 떄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정부가 저연차 공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도 저연차 공무원들은 '인수인계'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제안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공무원의 기본적인 업무를 '인터넷 강의' 형태로 가르치거나 '모의 행정시스템'을 만들어 직접 체험형으로 실무를 연습해보는 식의 아이디어들이 이 자리에서 나왔다. C씨는 신임 공무원을 가르치는 '사수'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상급자도 본인이 맡은 업무를 소화하기도 벅차, 신임 공무원들의 공직 적응을 체계적으로 도와주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들에게 인수인계 당근을 주자는 것이다. 그는 "한 기업에서 신규 직원들의 이탈을 획기적으로 막은 방법이라고 인터넷에 소개된 사례가 있는데, 바로 사수한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며 "공직사회에도 한번 시험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공직가치 회복 시급…AI 도입해 소모적 업무 줄여야" 공직 업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모적인 행정업무를 줄여, 공무원들이 공직가치가 큰 업무에 보다 몰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C씨는 "업무마다 다르지만, 지금까지 맡았던 업무의 80% 이상은 소모적인 업무였다"며 "공무원들 상당수가 공직 가치가 있는 일을 원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서 들어왔는데 공직을 떠난다는 건 가치를 상실해서일 것"이라고 했다. 모든 공직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AI를 활용할 순 없겠지만, 소모적이고 반복적이고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업무들부터 AI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게 C씨의 의견이다. 그가 생각하는 '공직가치'가 있는 일은 현장을 나가는 것이다. 그는 "관료제는 태생적으로 탁상행정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현장에 직접 나가지 않으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했다. 현장에서 주민분들과 피부를 맞대며 의견을 듣는 활동이 늘어나야, 공무원들이 직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도 시급한 개선 과제로 꼽힌다. 중앙부처 소속 사무관과 주무관들은 밤늦게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추가 근무를 하는 일이 적지 않다. 특히 9~10월 국정감사 시기에는 쏟아지는 국회 자료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수 직원들이 매일 초과근무와 주말 출근을 자처한다. 조직·업무 특성상 불가피하게 퇴근 후나 주말에도 연락해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간부들의 '사소한 질문'에도 언제든 답할 수 있는 것이 공직사회에선 아직도 미덕으로 취급된다. 5급 사무관 B씨는 "대부분의 사무관들은 사실 24시간 대기 상태"라며 "이를 '온콜'이라고 표현하는데, 저녁에 퇴근해도 시급한 현안이 떨어지면 10분 안에 카톡이 다 이뤄져야 된다"고 말했다. B씨는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퇴근시간에 요청하지 않도록) 조금만 더 배려하는 문화가 퍼져야 한다"며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속도가 느려 좀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롱받는 공무원들…공직자 대상 인식 개선도 이뤄져야" 저연차 공무원들은 "사회가 전반적으로 공직에 대한 존중을 많이 잃어버렸다"며 공직사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한다. 이는 저연차 공무원들이 업무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공직을 떠나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C씨는 "소방관의 경우 존경을 많이 받는데, 공직자들도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불거나 폭설이 내릴 때 출동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한다"며 "하지만 조롱을 많이 받아 업무 효용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