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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 우승' 박윤재 "반짝반짝 빛나는, 관객과 소통 잘되는 무용수 되고파"

등록 2025-02-11 20:33:04   최종수정 2025-02-11 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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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발레리노 최초 우승…무용계 새 역사 써

"1등 예상 못해 정말 놀라" 귀국 직후 소감 밝혀

제의 받은 학교들 중 선택해 유학길 오를 계획

부친 박종우씨 "한 번도 걱정시킨 적 없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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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이영환 기자 =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한국 남자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박윤재가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5.02.11. [email protected]

[인천공항=뉴시스]김주희 기자 = "(스위스에)갈 때는 떨린다기보다 기대가 됐는데, 올 때는 후련한 마음에 발걸음이 가벼웠던 것 같아요."

한국 발레리노 최초로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Prix de Lausanne·프리 드 로잔)에서 우승한 발레리노 박윤재(16·서울예고)가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밝은 표정으로 귀국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9일 새벽(한국 시간) 세계 5대 발레 콩쿠르로 꼽히는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 남성 무용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다.

"(1등은) 전혀 예상 못 했다"는 박윤재는 "애초에 파이널에 올라갈 거란 생각도 못했다. 우승까지 하게 돼 정말 놀라서 상을 받았다"며 수줍게 웃었다.

한국 무용사의 새역사를 쓰며 단번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자 연일 축하 인사도 쏟아졌다.

박윤재는 "너무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축하가 와서 매일 바쁘게 답장하고 있고,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로잔 발레 콩쿠르는 15~18세 학생만 참여할 수 있어 '차세대 스타' 발굴의 장으로 꼽힌다. 입상자들은 장학금을 받고 주요 국제 무용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연계된 해외 발레단에 갈 수 있다.

박윤재는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콩쿠르에서 정상에 서며 더 큰 목표도 마음에 품었다. 제의를 받은 학교 중 한 곳을 택해 유학을 갈 계획이다.

앞으로 포부를 묻자 "반짝반짝 찬란하게 빛나는, 관객과 소통이 잘 되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답하는 박윤재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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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이영환 기자 =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한국 남자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박윤재가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5.02.11. [email protected]

아버지 박종우 씨와 어머니 이휴희 씨도 그런 아들을 기특한 눈길로 바라봤다.

한국에서 생중계로 콩쿠르를 지켜봤던 이 씨는 아들의 우승 당시를 회상하며 "실감이 안 나서 눈물도 안 나더라. 윤재 아빠가 혼자 울었다"며 웃어보였다.

부부에게는 박윤재가 어리지만, 누구보다 든든한 아들이라고 한다.

박 씨는 "발레 쪽으로는 한 번도 걱정시킨 적도 없다. 본인이 열심히 하고, 욕심도 많다. 윤재가 제일 고생이 많았다"며 "참 어른스럽다. 엄마가 걱정할까봐 힘든 것도 잘 표현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박윤재는 발레를 하던 누나 박윤지 씨를 따라 무용을 시작했다. 이 씨는 "(윤재가) 다섯 살에 누나를 따라 처음 발레 학원을 갔다. 매일 밤늦게까지 춤을 춰서 그만 자라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취미로 발레를 접한 박윤재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자 발레를 전공으로 하고 싶어했고, 이듬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의 한국예술영재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발레를 공부했다.

아들은 어릴 적부터 '영재' 소리를 들으며 쑥쑥 컸지만 곁에서 그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복잡했다. 이 씨는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며 발레를 그만 두라는 권유도 여러 차례했다. "뼈를 갈아서 하는 것 아닌가. 몸이 다 망가지는 것 같아 너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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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AP/뉴시스] 박윤재가 8일(현지 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53회 프리 드 로잔 결선에서 클래식 바리에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박윤재는 20명이 경쟁한 결선에서 최우수 영 아티스트상과 9명의 장학금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자들은 세계 유수 발레단에 수습 단원으로 입단하거나 명문 발레학교에서 수학할 기회를 얻는다. 2025.02.09.

그러나 박윤재는 발레에 대한 열정을 내려 놓지 않았다. 지난해 영재원을 그만두고 로잔 콩쿠르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아버지 박씨는 "어느 순간 윤재가 자기의 춤을 잃어갈 때가 있었지만, 이번에 가서 하는 걸 보니 많이 변했더라. 윤재도 정말 신나서 한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 이 씨는 "훌륭한 무용수,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무용수도 좋지만 결국 자기가 만족해야 한다. 발레를 계속한다면 그저 안 아픈 무용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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