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감당 못 해"…대출 규제강화에 아파트 월세 비중 2년 새 최고[월세 시대]①
전세 사기·대출 규제 강화·전셋값 급등…전세의 월세화 '가속'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전년比 7.9% 상승…임차인 주거비 부담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의 전세 대출 규제 강화와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서울 아파트의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절반 가까이 월세 계약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갱신계약 비중이 최근 2년 사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R114가 지난 2년(2023~2024년)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 거래와 월세 거래 건수는 각각 3만112건(56.0%), 2만3657건(44.0%)으로 집계됐다. 월세 비율은 전분기 대비 3.3%p(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이는 최근 2년 이내 최고치다. 또 월세 거래 계약 유형 중 갱신계약 비율(31.6%)도 최근 2년 이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세 사기 여파와 전셋값 급등 여파로 월세 거래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지난달 기준 120.9로, 전년(112.2) 대비 7.9% 상승했다.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째 상승세다. 강북 14개구 월세지수는 7.4%, 강남 11개구는 8.2% 올랐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3.1%, 전세보증금이 6.2% 오른 것에 비해 더 크게 오른 것이다. 월세지수는 96㎡ 중형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실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전용면적 84㎡)'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지난 2023년 1분기 8억1000만원선이었지만, 지난해 4분기 10억원선으로, 약 23% 급등했다. 월세가 오르자, 전월세 전환율도 덩달아 상승세다.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달 4.14%로, 지난해 10월 이후 넉 달째 상승세다. 전월세 전환율이 높아지면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했을 때 더 많은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의미한다. 강북 14개구, 강남 11개구의 전월세 전환율도 각각 4.18%, 4.10%로 넉 달 연속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전셋값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 보증금 마련이 쉽지 않아 주택 임대 수요가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전세를 활용한 갭투자를 막기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고,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시행 중이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은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p(포인트)를 적용한다. 전세자금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월세를 선택하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사기 여파와 전세 대출 규제 강화로 월세를 찾는 임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셋값이 앞으로도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크고, 최근에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