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며 등록금 올린 대학들…법인 재정기여 비율은 14년전 '제자리'
2024년 법인전입금 비율 4.2%…14년 전과 비슷주요 대학 12곳 법인 재정기여도 오히려 떨어져학생들 "등록금 올리기 전에 법인 책임 다하라""법정부담금 100% 법인이…대학 평가 반영해야"
22일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올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대학은 124개교다. 또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 151곳 중 75.5%(114곳)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4곳 중 3곳은 등록금을 올렸다는 의미다. 인상 폭이 5% 이상인 학교는 53곳에 달했으며 4% 이상 5% 미만은 51곳이다. 서울 주요 대학 중에서는 고려대와 한국외대가 5.0%, 경희대와 건국대 5.1%, 성신여대가 5.3% 인상을 결정했다. 저출생과 물가 상승 등으로 학교 운영 수입이 부족해 '등록금 동결' 기조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대학의 재원 중 법인이 부담하는 법인전입금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법인전입금'은 학교법인이 대학에 지원하는 경비로, 대학의 총수입액 중 법인의 재정기여도를 보여준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대학 운영 수입이 다양해지고 등록금 의존율도 낮아진다. 지난해 전국 평균 대학의 법인전입금 비율은 4.2%로 2023년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립대 법인전입금 비율은 이보다 더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교육연구소의 '2010~2023년 사립대학 법인전입금 실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3년 법인전입금 비율은 3.9%로 2010년과 동일하다. 법인전입금 비율이 1.0% 미만인 대학도 55곳(40.7%)이나 됐다. 이어 1.0% 이상 3.0% 미만이 26.7%(36곳)로 뒤를 이었다. 올해 등록금 인상 폭이 5.0% 이상인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도 법인의 재정기여도가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법인전입금 비율은 고려대가 2.2%(152억3957만원), 한국외대가 1.7%(40억원), 건국대가 1.3%(34억9133만원)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대학 18곳 중 12곳은 작년 법인전입금 비율이 2010년보다도 되레 낮아졌다. 올해 등록금 5.1% 인상을 결정한 경희대의 법인전입금 비율은 2010년 4.7%(207억6700만원)에서 2020년 2.8%(128억9000만원), 2024년 2.7%(131억2410만원)로 떨어졌다. 등록금을 5.3% 인상하는 성신여대 역시 2010년 0.6%(11억6600만원)에서 2024년 0.1%(1억2000만원)까지 내려갔다. 법인전입금 중 교직원 연금·의료보험 등으로 쓰이는 법정부담금도 채우지 못한 학교법인이 대다수였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에 따라 법인은 법정부담금을 학교에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100% 채운 곳은 서울 주요 대학 중 연세대, 성균관대 등 두 곳뿐이다. 부족분은 등록금을 비롯한 교비로 메꾸고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14일 성명을 내고 "등록금 의존율은 62.5%인데 법인의 재정 기여도는 매우 낮다"며 "등록금 인상에 앞서 선행돼야 할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지난 28일 "고려중앙학원(고려대 법인)은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학교 법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또 "교비는 학생 복지와 교육 제도 개선, 교원 확충 등으로 사용돼야 하는 재원으로, 더 이상 법인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법정부담금 등을 채우기 위해) 지출되어서는 안 된다"며 "법인 재정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학 설립 주체이자 운영자인 학교법인의 재정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최소한 법정부담금은 100% 법인이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대학의 각종 평가 항목에 넣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민수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자문위원은 "법정부담금이 제도로 규정돼 있지만 전액 납부하지 않더라도 페널티가 전혀 없어 권고사항처럼 됐다"며 "정부가 대학에 각종 지원금을 줄 때 법인전입금을 평가 지표로 삼는 등 효율적으로 법인전입금을 높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