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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온 화가 소피 폰 헬러만 '축제'…'한방 침' 맞으며 완성한 휘몰이 벽화

등록 2025-04-08 14:29:55   최종수정 2025-04-17 15: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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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문화공간 스페이스K서 한국 첫 개인전

'단오' 소환 축제 영감…신작 회화 등 20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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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Celebration 2025_Acrylic on canvas 180 x 230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모두가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8일 스페이스K 전시장에서 만난  영국 런던에서 온 화가 소피 폰 헬러만(50)은 "영화나 이야기로만 듣던 한국에 와서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모습을 직접 경험해보니 놀랍다"면서 "한국인은 서로 서로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다"고 했다.

신화와 역사, 문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받은 영감으로 작업으로 펼치는 소피 폰 헬러만은 특히 벽화 형식의 웅장한 회화로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다.

영국과 독일을 오가며 자란 작가는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세계인이자 관찰자라고 했다. "두 언어를 병용하는 환경에서 글보다 익숙한 생각과 감정 표현 수단은 그림이었다"면서 "작품의 영감은 사소한 일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신화와 전설, 도시의 역사, 대중문화까지 아우른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여는 첫 전시도 우리가 잊고 있던 명절 ‘단오’를 비롯한 '축제'의 풍경을 참고한 20여 점의 신작 회화와 대형 벽화 작업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소피 폰 헬러만 개인전 '축제'는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강서구 마곡동)에서 9일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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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소피 폰 헬러만은스페이스K를 거대한 벽화로 작업해 전시장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재판매 및 DB 금지


스페이스K 전시장은 휘몰아치는 색채로 압도한다. 높이 9m의 3면에 거대한 벽화를 그렸다. 한국에 머물며 8일간 작업한 벽화는 작가가 선보여온 벽화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비, 눈, 햇빛, 불과 같은 자연 현상을 대형 벽화로 그려 인물과 자연이 교감하는 축제의 풍경을 표현했다.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쉼 없는 노동 같은 작업은 작가의 팔을 고장 냈다. 캔버스가 아닌 벽에 직접 칠하는 작업은 팔꿈치 무리가 와 테니스 엘보로 고생하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한방 침'을 맞아가며 완성한 벽화다. 

덕분에 전시장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 시킨 이번 전시는 전시 주제인 '축제'의 의미를 더욱 부각하고 있다.

"저에게 축제는 곧 기념하는 것이고, 이번 전시도 기념 하는 자리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소피 폰 헬러만은 "마침 전시 시작 직후가 제 생일"이라며 "그래서 삶을 기념한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했다.
"봄에 열리는 한국의 축제 ‘단오’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어요. 친구들에게 들었던 것이 떠올랐고, 이청준의 소설 『축제』도 생각 났습니다. 그 소설에는 삶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즉 삶을 어떻게 기념하고 이어가는지,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간직하며 살아가는지와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작품에는 항상 기억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기억이든, 다른 사람의 기억이든요."
이번 전시는 소피 폰 헬러만의 회화를 통해 전통 절기로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우리 나라 ‘단오’를 소환한다. 작가는 전시 시기와 맞물린 한국의 단오가 서구의 축제와 비슷하면서도 제의의 성격과 맞닿는 지점에 주목했다.

의식과 놀이로 무사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공동체와 유대감을 다졌던 한국의 전통 축제에 관심을 가진 작가가 상상속에서 불러온 '단오'는 신명이 넘친다. 생생한 색채와 붓질로 생동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끈다.

"단오가 5월 5일이라는 것을 알게된 후, 제가 보았던 단오 사진들과 읽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축제 ‘메이데이’가 생각났습니다. 메이데이에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메이폴 주위를 춤추고 돌면서 겨울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하는 것을 기념합니다. 좋은 여름이 되길 바라며, 질병 없이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날이죠. 그리고 서로 만나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기기도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기도 하죠. 전 세계적으로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다양한 이유들로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일하고 기념합니다. 또한 한국과 독일 혼혈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어머니께서 탈춤을 춘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 일화가 항상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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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_Dano_2025_Acrylic on canvas_256 x 352 c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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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_Mountain Walk_2025_Acrylic on canvas_200 x 190 c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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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8일 소피 폰 헬러만이 스페이스K 전시장에서 '김치'라고 하자 손가락으로 'V'그리며 사진을 찍고 있다. 2025.04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화가 소피 폰 헬러만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Kunstakademie Düsseldorf)에서 학사와 영국 런던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영국 런던과 마게이트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으며,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조형예술대학 (The State Academy of Fine Arts Karlsruhe)의 회화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4년 독일 베를린의 브뤼케 뮤지엄(Brücke Museum), 2010년 벨기에 드레를의 돈트-덴넨스 뮤지엄(Museum Dhondt-Dhaenens) 등에서 개인전을, 2021년 영국 마게이트의 터너 컨템포러리(Turner Contemporary)에서 2인전을 개최했고, 2024년 미국 뉴멕시코의 산타페 현대미술센터(Center for Contemporary Arts, Santa Fe), 2020년 중국 베이징의 엑스 뮤지엄(X Musuem), 2011년 영국 런던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중국 베이징 엑스 뮤지엄(X Museum) 등에 소장되어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배우 소유진이 오디오가이드에 재능기부로 참여해 전시 안내를 돕는다. 소유진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가이드는 네이버의 스트리밍 서비스 ‘오디오클립’을 통해 작품 이미지, 해설 텍스트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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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K 서울_소피 폰 헬러만_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스페이스K’는?
 2011년 과천에서 시작한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이다. 2020년 9월 강서구 마곡동에 확대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은 예술을 활용한 코오롱의 차별화된 예술사회공헌 활동으로 그간 국내 신진작가, 재조명이 필요한 중견작가 등을 발굴해 전시 기회를 제공해 왔다. 또한, 국내에 덜 알려진 해외 작가 전시를 개최하는 등 예술가에게 지속적인 창작을 할 수 있는 지원과 후원을 통해 현대미술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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