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출 30% 넘게…금리 공백 메운다[인뱅이 뛴다①]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뱅크) 시대'가 열린지 어느새 9년차가 됐다. 간편 인증, ATM 수수료 면제, 비대면 대출 활성화, 가입 절차 간소화 등 전통 은행에서 볼 수 없던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런 가운데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공급을 통해 저금리와 고금리로 양분화된 대출 시장의 금리 공백도 메우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내준 대출 잔액은 전체 신용대출의 30% 이상을 넘겼다. 당초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였던 '포용 금융' 확대를 위해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24일 각 인터넷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잔액 기준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가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내준 대출 비중(평잔 기준)은 평균 34%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잔액 중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 대한 대출 잔액 비중이다.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말 중저신용 대출 평균 잔액 비중은 3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말 17%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이 비중이 35%로 나타나 인터넷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토스뱅크는 34.3%로 지난해부터 5개 분기 연속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올 1분기 인터넷은행이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33.7%, 케이뱅크 26.3%, 토스뱅크 30.4%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올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목표를 강화함에 따라 지난해까지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평균 잔액 30% 이상만 유지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신규취급액의 30% 이상을 채워야 한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새 기준을 모두 충족했고, 케이뱅크는 새 기준에는 미달했지만 1분기 신규 공급한 대출 규모를 따졌을 때에는 중·저신용자 대상 공급액 비중이 목표치인 30%를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넷은행들의 중·저신용 대출 확대 배경에는 고도화된 신용평가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7개 기관의 가명 결합 데이터 약 3700만건을 활용해 대안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개발·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신용평가모형만으로는 정교한 평가가 어려웠던 중·저신용자와 금융 이력 부족자 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출 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공급한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는 누적 1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신용대출 증가액이 둔화세를 보였음에도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2조5000억원 이상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에도 6000억원 규모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공급했다. 1분기 중·저신용 대출 평균 잔액은 4조9000억원으로 매분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도 'CSS(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4월 고도화된 신용평가모형 '케이뱅크 CSS 3.0'과 인터넷은행 최초로 '이퀄(EQUAL)'을 도입해 통신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고도화에 나섰다. 케이뱅크 CSS 3.0은 대출비교 플랫폼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와 개인사업자, 씬파일러 등 다양한 고객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퀄은 통신 3사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SGI서울보증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통신대안평가의 모형으로 변별력 높은 대안 평가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케이뱅크가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누적 공급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은 총 7조419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신규 공급한 중저신용자 대출은 1조1658억원, 올해 1분기 신규 공급한 규모는 25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처음 선보인 100% 비대면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올 1분기 케이뱅크가 취급한 개인사업자의 물적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3.73%로 5대 시중은행 수준(연 4.58%)보다 상당폭 낮았다. 토스뱅크도 지난 2021년 10월 출범 이후 올 1분기까치 총 32만8000명의 중·저신용자에게 9조원의 대출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보다 뒤늦게 출발한 신생 은행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대출 상품이 없는 상황에서도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올해도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대출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 대출 차주들이 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지만 적극적인 공급을 통해 중·저신용 대출 잔액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금리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포용금융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도 "중·저신용 고객을 위한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CSS 고도화·건전성 관리를 통해 지속 가능한 포용금융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포용금융이 지속되려면 인터넷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으로 건전성 관리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교적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과 고신용자 신용대출 취급 등이 뒷받침되면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적극 취급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중·저신용 대출 공급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출 포트폴리오 운영과 면밀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