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만큼 가혹한 미지의 고통…"하마스에 끌려간 내 아들은 살아있다"
'사망 추정 인질' 이타이 부모 인터뷰…"동정보다 행동을""석방 차례, 경쟁과 같아…5명, 10명씩 나눠 석방 안 돼"
지난 22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만난 헤기트 헨 씨의 말이다. 그는 2023년 10월7일 하마스에 끌려간 이스라엘군(IDF) 병사 이타이 헨의 모친이다.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 혈통인 이타이는 18살에 IDF에 지원했다. 19살이던 이듬해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기습이 벌어졌다. 이타이는 기습 당시 가자 접경 나할 오즈 기부츠에서 탱크 부대 일원으로 몇 시간을 싸웠다. 당시 전투 상황은 탱크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것이 이타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흔적이다. 그리고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지던 어느 날, 누군가가 이타이 가족의 집 문을 두드렸다. IDF를 대표해 찾아온 랍비(rabbi·유대 율법학자)였다. "랍비가 온다면 그건 좋은 소식이 아니다." 이타이의 부친인 루비 씨는 그렇게 말했다. 유대교 장례 절차에서 랍비는 매장의 시간을 정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루비 씨는 "IDF는 이타이가 10월7일에 살아남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해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IDF는 지난해 3월 이타이를 사망자로 발표했다.
헤기트 씨는 그러나 "우리에게는 (IDF의 정보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단언했다.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증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계속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타이의 부모처럼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미지(未知)의 고통이다. 인질의 생사는 물론 그 위치, 귀환 가능성, 시기 등 모든 것이 암흑에 싸여 있다. 루비 씨는 "당신도 형제자매, 가족이 있을 것"이라며 "누군가가 사라졌고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때로 인질 가족들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루비 씨는 "언제 돌아올지 안다면 내 아이가 마지막이어도 괜찮다"라면서도 "언제 마지막 인질이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음 석방이 누구일지는 경쟁과 같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마지막 인질의 석방을 위해 우리는 종전을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마지막 인질이다. 다섯 명이나 열 명이 아니라 마지막 인질"이라고 몇 번을 말했다. 아직 가족이 살아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계속되는 전쟁은 불안일 수밖에 없다. 그는 "당신이 싸우면 인질들은 죽는다"라며 협상을 통한 석방이 인질 가족 다수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물론 하마스의 무장 해제 및 가자에서의 축출이라는 전쟁의 목표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 루비 씨는 "하마스가 10월7일에 한 짓은 중대하게 선을 넘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도 출석했는데, "마지막 인질 석방 없는 군사 행동 중단, 종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루비 씨는 그러면서도 "인질 석방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은 불행한 일"이라며 "심지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조차 하마스 해체를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루비 씨는 "대통령의 딸이나 총리의 아들이 가자에 있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기에 지금의 상황이 600일이 되도록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나의 비극, 내 아들이 더 큰 문제와 연계되길 원치 않는다. (내게) 문제는 충분히 크고, 우리는 그저 가족을 돌려받기를 원할 뿐"이라고 했다. 루비 씨는 현재 인질 가족을 대표하는 비정부기구(NGO) '브링댐홈나우(BringThemHomeNow)'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우리의 임무는 마지막 인질이 돌아와 이 NGO가 사라지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더는 동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행동"이라고 했다. 한편 루비 씨는 2018~2020년 현대차그룹 이노베이션 허브인 현대크래들 텔아비브 지사 책임자를 역임했다. 그는 과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한국도 인질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