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확실성 완화에도 복합위기 고조…이재명號, 불황과의 전면전
EPU, 5개월만 최저치…'불안 심리'는 역대급 수준내수 부진에 통상 위기도…실물경제 불안은 계속李, 비상경제대응TF 가동…'35조+α' 2차 추경 시동"민생 회복·통상 대응·심리 안정에 전방위적 조치"
그러나 지표상의 안정과 달리 경제 주체가 느끼는 체감 위기는 여전히 크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 불안은 다소 완화됐지만 내수 부진과 트럼프발(發) 통상 압박, 고물가·고금리 등 악재가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이러한 복합 위기의 파고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호(號)의 키를 잡았다. 그는 경제 위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취임 첫날 '비상경제대응 전담팀(TF)'을 진두지휘했다. 전문가들은 이 TF가 단순 위기 모니터링을 넘어서 '민생 회복-통상 대응-심리 안정' 등 3대 축에 대한 전방위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5월 EPU는 276.27로 집계됐다. 전달(392.93) 대비 116.67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으로 사상 최고치(485.1)를 찍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EPU는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실시간 계량화한 지표다. 정치적 혼란, 정책 불투명성, 대외 불확실성 등이 겹칠 때 수치가 높아진다. 이 지표는 지난해 12월 이후 올해 1월(373.03)과 2월(287) 약간의 내림세를 보였으나, 미국 관세 위협과 국정 혼란이 심화하면서 3월(294.8)과 4월(392.93) 재차 급등했다. 다행히 5월 들어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이나, 이마저도 지수 작성이 시작된 2013년 이후 역대 7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계엄 사태 기간을 제외하면 이 지수가 200을 넘은 건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했던 2016년 11월(201.95)과 일본 수출 규제 파동이 불거졌던 2019년 8월(279.55)이 유일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현재 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실물경제 전반의 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까지 겹치며 벼랑 끝에 서 있는 실정이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투자 모두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건설업계 곳곳에선 경영 위기를 버티지 못한 기업들의 회생 신청이 이어졌다. 먹거리와 주거, 교통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둔화 조짐마저 보이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나마 선전을 이어가던 수출 실적마저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비중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對)미·중 수출 모두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들로 인해 한국 경제가 전진은커녕 되려 뒷걸음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5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0.2% 역성장했다. 지난해 2분기(-0.2%)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실무급 협의는 답보 상태에 빠졌고 미국은 '비관세 장벽' 철폐 요구 등 연일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취임 첫날인 지난 4일 첫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대응 TF' 구성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TF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주요 경제부처·기관이 참여하는 '전략 대응 본부'다. 이 대통령은 TF를 통해 ▲내수 부양 ▲민생 안정 ▲통상 리스크 대응 ▲시장 심리 회복 등 복합 과제를 종합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소 35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통해 본격 경기 진작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선서 이후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란 표현을 쓰며 대규모 추경을 예고한 상태다. 이와 동시에 올해 본예산 집행 속도를 높여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심리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고물가·고금리 환경 속에서 위축된 수요를 정부 재정으로 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TF가 단기적으로는 추경 등을 통한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 정면 대응하는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치상 EPU는 내려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책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를 체감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비상경제 TF는 '민생 회복'과 '통상 대응' '심리 안정'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추경 등을 통한 '내수 진작'과 치밀한 '대미 관세 대응 전략' 수립이란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등 산업 구조 개편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경제적 타격을 크게 받은 이들에 대한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방 재정과 지역화폐를 활용한 하방 안전판 구축, 저소득층 현금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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