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7주년' 구광모號…LG그룹 '선택과 집중' 승부수
LG그룹, '역대급 매출'에도 이익 성장 주춤"환경 변화 따라잡지 못했다" 냉정한 평가구광모식 '선택과 집중' 가속…미래 성장 다져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29일 취임 7주년을 맞았다. 별도 공식 행사 없이 조용한 기념일을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내부에선 치열한 토론과 진중한 고민의 나날이 거듭되고 있다. 주요 임원들은 구 회장이 지난 3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내놓은 냉정한 현실 진단을 곱씹고 있다. LG그룹은 '부름켜가 나이테를 만들 듯' 조용히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다. 구 회장은 올해 3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다"며 'LG식 비상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LG그룹은 화학과 전자를 주력으로 삼고, 통신과 서비스업이 보조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 공습으로 석유화학 부문이 부진하고, 가전·디스플레이 산업도 맹렬한 기술 추격을 받고 있다. 미래 먹거리 배터리 역시 극심한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LG그룹 주력 사업이 모두 수익성이 급감하는 '레드 오션' 영역에 진입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구 회장의 이날 발언은 '기존 사업은 다시 점검하고, 경쟁자가 없는 산업을 미리 발굴하자'는 경영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구광모식 '선택과 집중'의 실행이 더욱 과감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구광모號 '선택과 집중'…새 성장 전략 짠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과감한 기존 사업 정리와 미래 먹거리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2021년 휴대폰 사업을 26년 만에 철수했으며, 2022년 태양광 패널 사업도 접었다. 올해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축소한 데 이어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도 손을 뗐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사업을 접었다. 석유화학 등 한계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과 인력은 미래 성장 산업에 재투자된다. 그룹 전체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기업집단 통계에 따르면, LG그룹 매출은 구 회장 취임 이후 첫해인 2019년 126조4751억원에서 지난 2022년 147조622억원으로 불과 3년 새 20조원 넘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엔 몸집만 커졌다는 지적이 높다. 해마다 140조원대 매출을 올렸지만 치열한 글로벌 시장 경쟁으로 이익 성장은 갈수록 주춤하는 모습이다.
◆하반기 시계 제로…'선택과 집중' 가속할 듯 미국발 관세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LG그룹을 둘러싼 하반기 경영 상황은 더 혹독할 것이란 전망이다. '선택과 집중'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LG전자는 공기조화(HVAC) 사업에 한층 무게를 두고 있다. HVAC 사업부는 지난해 말 에코솔루션(ES) 사업본부로 격상됐다. HVAC는 과거엔 단순히 에어컨같이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환기하는 설비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래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내뿜는 어마어마한 열기에 신음하는 빅테크(기술 대기업)은 물론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각국 정상을 위한 해법도 제시할 수 있다. 이미 HVAC 사업은 회사의 핵심 사업본부인 HS본부(생활가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프리미엄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로 주력 분야를 완전히 틀었다. LCD 사업 철수로 확보한 2조2466억원 중 절반인 1조2600억원을 프리미엄 올레드 분야에 투입한다. 경쟁업체들과 격차를 벌리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 진출 시도가 잇따를 전망이다. ㈜LG는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2024~2028년 5년간 국내에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공개했다. 구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AI의 경우 2020년 출범한 LG AI연구원이 주도한다. 이곳은 초거대 AI인 엑사원을 기반으로 AI R&D에 집중하는 조직이다. 최근 LG의 AI 수장인 민간 전문가 배경훈 원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되며, LG의 초거대 AI인 '엑사원'의 위상을 높였다. LG전자 등은 이미 현장에서 고객 관리와 제품 판매 등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며,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석유화학사에서 제약사로…탄소 저감 기술 발굴도 주력 이와 함께 바이오 분야에서는 LG화학을 중심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LG화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에 투입된 R&D 비용은 4330억원으로, 전년(3750억원)보다 큰 폭 증가했다. 신약 개발 과정 중 마지막 단계인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영향으로 R&D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 후보물질들에 대한 투자도 계속 늘리고 있다. 클린테크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LG전자는 올해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특히 탄소 저감을 위한 AI 에너지 관리 솔루션 시장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North America Innovation Center)는 최근 미국 클린테크 스타트업 '파도 AI 오케스트레이션(PADO AI Orchestration Inc.)을 독립 법인으로 배출하고,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지금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골든타임"이라며 "AI, 바이오, 클린 테크 등 미래분야에서 차별적 가치를 창출하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미래 성장 기반을 견고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배터리 같은 산업은 미래의 국가 핵심 산업이자 그룹 주력 사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시장과 기술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공정기술 등에서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