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금은 코인 돼 해외로"…보이스피싱 수사 시간과의 전쟁[서민 울리는 민생범죄⑭]
[인터뷰] 오대성 광진서 강력팀장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에 수사 고충 커져가상자산 통한 세탁 급증…"하루만 늦어도 돈은 바다 건너가"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며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생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의 삶에 고통을 주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로 금융 소외계층의 자금난이 극심해지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고 서민의 주거안전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보이스피싱은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진화해 피해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뉴시스는 서민다중피해범죄 피해 실태와 대안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글 싣는 순서 ▲불법사금융 덫(1부) ▲전세사기 늪(2부) ▲보이스피싱 지옥(3부) ▲마약 디스토피아(4부) ▲민생범죄 전문가 진단(5부)〈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보이스피싱 지옥(3부) "범인은 날아다니는데, 우리는 기어서 쫓아갑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를 전담해온 오대성 서울 광진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팀장의 말이다. 최근 진행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오 팀장은 보이스피싱 사건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사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광진서는 올해 들어서만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과 송금책을 수차례 검거했다. 회수된 피해금은 수억원 규모에 달한다. 오 팀장은 무엇보다 '속도'가 보이스피싱 피해금 회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피해자 계좌로 입금된 돈이 곧바로 테더(USDT) 등 가상자산으로 전환된 뒤, 바이낸스 같은 해외 거래소로 옮겨지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송금책은 거래 직후 휴대전화와 텔레그램 계정을 폐기하고 잠적한다. 오 팀장은 자금세탁형 범죄의 특성상 '1차 송금책'만 검거해서는 실질적인 피해금 회수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계좌는 곧바로 2차, 3차 송금책에게 전달되고, 돈은 이들 계좌에서 코인으로 전환돼 국외로 빠져나간다. 이 과정을 모두 추적해 실물을 확보해야만 피해 회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돈은 멈추지 않아요. 우리가 하루만 추적을 늦춰도 돈은 바다 건너가버립니다." 오 팀장은 지난해 여름 진행된 사건을 예로 들었다. 광진구 자양동에서 자수한 1차 수거책을 기점으로, 경찰은 파주에서 시작해 구리와 명동으로 이어지는 3단계 자금 전달 구조를 신속히 추적했다. 오 팀장은 "계좌 내역이 확보되자마자 뛰었다. 한발이라도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돈은 금방 넘어가버린다"며 "피해금 일부라도 회수하려면 실시간으로 따라붙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관련 인물 3명을 연쇄 검거하고, 피해금 3600만원을 회수했다. 이처럼 피해금이 순식간에 이동하는 구조 속에서 수사팀의 '속도'는 실질적인 회수 여부를 좌우한다. 오 팀장은 "결국 얼마나 먼저 움직이느냐가 전부다. 하루 늦으면 자금은 이미 해외로 넘어가 있다"고 했다. 현금 송금책 모집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출을 미끼로 한 사례가 많았다면, 최근엔 "부동산 중개 보조" "택배 알바" "지형 촬영" "재택근무" 등 명칭을 바꿔 사람들을 유인한다. 오 팀장은 "피해자들이 처음엔 범죄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경찰이 출동해도 '그냥 알바다'라며 문을 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수익을 미끼로 내건 자금세탁 아르바이트 확산은 수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오 팀장은 "겉으론 단순 아르바이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송금책이나 수거책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범죄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에 진술 확보도 어렵고, 구조 추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총책이 잡히기 어려운 구조도 문제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수직적 분업 구조다. 지시책은 현장에 나오지 않으며, 실질적 윗선에 대한 정보는 송금책이 갖고 있지 않거나 진술을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 팀장은 "지금 보이스피싱 범죄 구조는 결국 송금책이 감옥 가고, 진짜 돈을 빼돌린 조직은 사라지는 것"이라며 "엄벌주의보다 돈을 찾아올 수 있는 실질적 시스템이 더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