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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달라이 라마, 中 당국과 막판 대결은 ‘환생’·후계자 지명

등록 2025-07-07 11:04:10   최종수정 2025-07-07 15: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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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후계자, 중국 밖의 자유 세계에서 태어날 것” 밝혀

中 “후계자 승인 권한, 오직 중국 당국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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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살라=AP/뉴시스] 티베트 불교 최고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가 90세 생일을 하루 앞둔 5일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열린 장수기원 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07.07.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1959년 티베트를 ‘탈출’해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에 망명 정부를 세운 달라이 라마가 6일 90세를 맞았다.

그의 66년 망명생활은 중국 공산당 통치 하에서 더 큰 자유를 위한 티베트 투쟁의 살아있는 화신으로 자리잡게 했다.

◆ 중국 당국과 달라이 라마 후계 지정두고 전투

CNN 방송은 전 세계 수백만 명 티베트 불교 신도들의 정신적 지도자는 중국과의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바로 자신의 환생, 자신의 후계자를 지정하는 것을 두고 벌이는 전투라고 분석했다.

달라이 라마는 2일 자신의 죽음 이후 후계자가 있을 것이며 그의 사무실만이 그의 환생을 확인할 유일한 권한을 가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종교 원로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달라이 라마 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확언한다”고 말했다.

티베트 불교의 최고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전임자가 사망한 뒤에는 후임자가 어린 아이로 환생한다고 믿고 있다. 14대 달라이 라마도 1940년 5살에 환생한 달라이 라마로 지정됐다.

윤회는 티베트 불교 신앙의 핵심이다. 업의 영향으로 비자발적으로 환생하는 일반 존재들과 달리 달라이 라마 같은 존경받는 영적 스승은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해 자비와 기도의 인도를 받아 자신의 환생 장소와 시간을 선택한다고 믿어진다.

◆ 달라이 라마 후계는 ‘역사 전쟁터’ ‘지정학적 영향’

달라이 라마의 환생은 티베트의 미래를 위한 역사적인 전쟁터가 되었으며, 히말라야 지역 전체에 지대한 지정학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달라이 라마의 오랜 통역가인 툽텐 진파는 “그는 우리 모두를 하나로 모으고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 티베트인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기대온 바위가 사라지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말한다고 했다.

올해 출간된 회고록에서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후계자가 중국 밖의 자유 세계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티베트인과 티베트 불교도들에게 중국 당국이 선택한 모든 후보를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의 집권 공산당은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승인할 권한이 오직 자신들에게만 있다고 주장한다.

◆ 중국 당국과 달라이 라마의 갈등

이러한 충돌의 핵심은 공식적으로 무신론을 표방하는 권위주의 국가가 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정신적 전통을 지배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보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통제하려는 야망이라고 CNN은 진단했다.

중국 당국은 현 달라이 라마를 위험한 분리주의자로 낙인찍고 공산당 통치에 반대하는 티베트 시위, 불안, 자살을 선동했다고 비난한다.

달라이 라마는 이러한 비난을 부인하며 티베트의 완전한 독립이 아닌 진정한 자치권을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비폭력적인 중도적 접근 방식으로 그는 국제적인 지지와 노벨 평화상(1989년)을 받았다.

◆ 중국 당국, 판첸 라마 후계자 1995년 지명

중국은 달라이 라마 다음으로 티베트 불교에서 두 번째로 높은 인물인 판첸 라마의 후계자인 갸인차인 노르부는 직접 지명했다.

역사적으로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는 서로에게 멘토 역할을 하며 서로의 환생을 확인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티베트인들은 이러한 긴밀한 관계를 해와 달에 비유한다.

그러나 10대 판첸 라마가 서거한 지 수년이 지난 1995년 중국 당국은 달라이 라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판첸 라마를 임명했다.

달라이 라마가 임명한 여섯 살 소년은 이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중국 당국이 지정한 판첸 라마는 국내와 망명 중인 많은 티베트인들에게 사기꾼으로 여겨진다고 CNN은 전했다.

그는 중국 관영 언론에서 공산당 노선을 따르고 티베트 정책을 칭찬하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전문가와 티베트 망명민들은 중국이 비슷한 방법으로 달라이 라마의 최종 승계에 간섭하려 할 것으로 생각한다.

◆ 두 명의 달라이 라마 등장할 수도

이로 인해 두 명의 경쟁적인 달라이 라마가 등장할 수 있다. 한 명은 전임자가 선택한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공산당이 선택한 사람이다.

달라이 라마의 통역가인 진파는 그런 전망에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아이가 붙잡혀서 달라이 라마라고 불릴 그 가족에게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그런 비극을 겪을 사람이 누구든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현 달라이 라마는 중국이 임명한 후보는 티베트인이나 티베트 불교 신도들의 눈에는 어떠한 정통성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과거와 미래의 삶이라는 개념을 포함하여 종교를 명백히 거부하는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달라이 라마의 환생 제도에 개입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 달라이 라마를 찾아서

티베트 불교는 영적 지도자를 자비의 보살의 인간적 현현으로 존경한다.

깨달은 존재인 그는 열반에 들기보다 인류를 돕기 위해 환생을 선택한다. 현 달라이 라마는 6세기에 걸친 오랜 환생의 계보에서 가장 최근의 인물이다.

달라이 라마의 환생을 찾는 것은 정교하고 신성한 과정이다.

중요한 단서는 선대 스승이 남긴 지시나 암시다. 고인이 된 달라이 라마의 머리가 어느 방향으로 향했는지처럼 미묘한 단서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신뢰할 수 있는 영적 스승에게 점술을 구하거나, 신탁을 구하거나, 성스러운 호수에서 명상하는 동안 선배 라마들이 받은 환영을 해석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단서들을 바탕으로 달라이 라마 사후에 태어난 어린아이들을 찾기 위한 수색대가 파견된다.

달라이 라마의 환생이 티베트에서만 발견된 것은 아니다. 4대는 16세기 후반 몽골에서 확인되었고, 6대는 약 1세기 후 현재 인도 아루나찰 프라데시에서 발견됐다.

현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고원 북동쪽 작은 마을의 농가에서 태어난 현 달라이 라마는 공식 전기에 따르면 두 살 때 신원이 확인됐다.

티베트 망명 정부의 전 총리였던 롭상 상가이는 “우리에게는 달라이 라마가 인정한 망명 중에 태어난 사람이 진짜다. 따라서 신앙의 문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정치와 지정학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 중국의 영향력으로 달라이 라마의 위상은 낮아져

티베트인의 문화, 정체성, 진정한 자율성을 수호하려는 운동이 점점 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감에 따라 환생 후계자 지명은 더욱 긴박해졌다.

시진핑 주석의 지도하에 중국은 국경 지역의 보안과 감시를 강화하고, 소수 민족을 동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종교를 ‘중국화’하기 위한 전국적인 캠페인을 전개해 공산당의 지도력과 가치에 부합하도록 했다.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달라이 라마의 세계적 영향력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분석했다.

특히 고령으로 인해 그의 광범위한 세계 여행을 지속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91년 이후 백악관을 수차례 방문했지만, 2016년 버락 오바마 이후 현직 미국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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