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히어로된 태원석 "굿보이 터닝포인트"
메달리스트 출신 경찰 '신재홍' 역'플레이어2' 35㎏ 감량 후 20㎏ 증량"맨홀 던지는 신 가장 기억에 남아"파마머리 변신 "나는솔로 참고 애드리브"박보검과 브로맨스 케미 "배려 넘쳐"제2 마동석…"뒤 이으며 변화 줄 것"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JTBC 주말극 '굿보이'에서 형사 '신재홍'(태원석)이 맨홀 뚜껑을 던지는 신을 빼놓을 수 없다. 재홍은 아시아대회 원반 던지기 동메달리스트답게 괴력을 발휘, 맨홀 하나로 차량을 전복시켰다. 마치 마블 영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를 보는 듯한 통쾌함을 줬다. 태원석(36) 역시 이 장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꼽았다. OCN '플레이어'(2018~2019)로 오랜 단역 생활을 벗어났는데, 굿보이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줘서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됐다. 잊을 수 없는 해"라며 행복해했다. "맨홀을 따로 제작했는데, 카메라까지 다니 너무 무겁더라. 얼굴에 핏줄이 다 섰다. 내가 던지는 맨홀에 차가 뒤집혀 히어로가 된 기분이었다.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 신에서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나' 싶더라. 촬영날 생일이었는데, (제작진이) 경찰복 케이크도 준비해줘서 행복했다. 나 뿐만 아니라 한때 영웅이었던 친구들이 도태 돼 있다가 각자 능력을 펼치는 장면 아니냐. 처음에 극본을 받았을 때 이 장면을 보고 재홍을 엄청 연기하고 싶었고, 영상으로도 잘 표현 돼 만족스럽다. 1회 극장 시사 때도 난리였다. 허성태 형은 감동 받아서 눈물을 훔치곤 했다." 이 드라마는 올림픽 특채로 경찰이 된 메달리스트들이 비양심과 반칙이 판치는 세상에 맞서는 이야기다. 복싱 '윤동주'(박보검), 사격 '지한나'(김소현), 펜싱 '김종현'(이상이), 레슬링 '고만식'(허성태), 원반 던지기 재홍 등 국가대표 출신들이 전공을 살려 범죄수사를 해 재미를 줬다. 태원석은 이 역을 위해 20㎏을 증량했다. 전작 tvN '플레이어2: 꾼들의 사냥꾼'(2024) 때 35㎏을 감량했는데 다시 살을 찌우는 게 쉽지 않았을 터다.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재홍 캐릭터를 만들려면 무조건 체중을 올려야 했다. 플레이어2 때 감독님 미팅을 했는데, 당시엔 너무 현역 선수 몸이라서 안 어울렸다. 재홍은 은퇴 후 경찰로 일하고, 네 아이 아버지 아니냐"면서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유산소는 줄이고 근력 위주로 운동했다. 20㎏ 증량은 마음만 먹으면 2~3주만에 가능하지만, 몸에 무리가 온다. 이번에는 조금 더 기간을 길게 잡고, 편안하게 먹으면서 증량했다"고 돌아봤다.
8개월 동안 원반 던지기 연습에 매진했다. 중학교 때까지 복싱을 해 운동 신경이 뛰어난 만큼 현역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생소해서 재미있었다"면서 "시청자들이 제일 잘 안다. 얼마나 연습했는지 분명 알텐데, 자세가 이상하면 몰입감이 깨지지 않느냐. 연습 첫날 제작부에서 '얼마나 걸릴까요'라고 물으니, 코치님이 '최소 1년은 해야 기본 자세가 나올까 말까 한다'고 해 겁을 많이 먹었다. 정말 어려웠지만, 이 악물고 했다. 코치님이 '아주 완벽했다'고 하더라"며 좋아라했다. "감독님과 첫 미팅 때부터 하고 싶다고 어필을 많이 했다. 당장 내가 재홍이가 된 듯 행동했다. 심나연 감독님 팬이라서 꼭 작업하고 싶었다. 미팅 후 혹여나 감독님이 고민할 까봐 영상을 찍어 보냈다. 촬영 중간에 쉴 때 소속사 대표님이 '원석아, 물티슈를 던지는 영상 보내볼까?'라고 하더라. 그 영상을 보고 감독님이 빵 터졌다고 들었다. 재홍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않았을까 싶다." 재홍의 뽀글뽀글한 파마머리도 인상적이었다. 심나연 PD 아이디어였다며 "처음엔 조금 당황했다. 내가 5학년 때까지 한 머리였고, 그때 별명이 배추머리였다. 옛날 생각도 나고 재홍이 같더라. 네 아이들도 파마머리고, 재홍이 트레이드마크 같았다"며 "가발이 아니었다. 모자를 써도 옆으로 튀어나와 사회생활할 때는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민망하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동주가 재홍이 애지중지 키우던 쌈 채소를 몰래 먹는 신도 웃음을 줬다. 재홍은 밑동만 남은 화분 앞에서 눈물을 머금으며 화를 참았는데, "비하인드가 있다. 스티브, 존슨, 마틸다 등 쌈 이름을 다 지어줬다. 스티브를 먹어서 오열했는데 편집됐다. 극본에는 '눈물 흘린다'고는 안 써 있었다. 이름도 내가 지었다. 재홍이라면 그럴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소리를 지른 것도 애드리브다. 정이 들어서 쉬는 시간에 물을 주기도 했다. 나의 동반자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절로 소리를 지르게 됐다"며 "나는솔로 첫 회를 참고했다. 1기 영호가 절규하는 신을 보고 '갑자기 저 정도로 화를 낼 수 있구나' 싶었다. 애청자라서 게스트 MC로 나가고 싶다. 다른 연애 프로그램은 안 보고 나는 솔로만 본다. 나는솔로는 다큐멘터리다. 인생이 담겨 있다. 작은 사회를 보는 것 같은데, 다양한 캐릭터가 나와 연기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1년 동안 촬영하며 가족 같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 특히 재홍과 동주 서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처음에 보검이를 잘 모르고 지낼 때는 좀 의심스러웠다. '어떻게 저렇게 바르고 미담만 넘쳐 날까' 싶었기 때문"이다. "밖으로 새 나가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사실이더라"면서 "하루 이틀이 아니라 1년을 지내보니 이렇게 따뜻하고 배려있는 사람이 있나 싶다. 보검이 덕분에 나도 예쁜 말만 하게 됐다.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화도 잘 되고 연기할 때도 배려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이)상이와는 단역 때부터 포함하면 여섯 번째 만남이다. 이제는 이별해야 할 것 같다(웃음). 정말 똑똑하고 잘한다. 정확한 계산 하에 캐릭터를 표현해 '역시 선수네' 싶었다. 한 번에 신을 몰아서 찍지 않아서 장면 연결이 중요한데, 헷갈리면 항상 상이한테 물어봤다. 키보드 장면도 서로 애드리브 안 지려고 하다가 나왔다. 난 피아노 건반 치는 것까지 했는데, 막상 찍고 나서 '오버했나' 걱정했다. 시청자들이 좋아해줘서 다행이다. 감독님이 많이 열어줬고 캐릭터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다 하게 해줬다." 태원석은 '제2 마동석'으로 불렸다. 우람한 체격이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연기 변신 고민도 없지 않았을 터다. "지금도 많이 빠졌지만 옷을 벗고 앵글에 섰을 때는 왠만한 배우들보다는 크다. 내가 아무리 빼도 작아지지는 않더라"면서 "애초부터 그런 생각이었고, 지금 내가 가진 이미지가 좋다. 마동석 선배가 있지만, 그 뒤를 잘 잇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보적인 강함 안에서 이런 재홍이도 보여줄 수 있다. 더 귀여운 모습도 나올 수 있고, 여러 변화를 줄 수 있어서 놓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2010년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으로 데뷔한 지 15년 차다. 넷플릭스 '사냥개들2' 촬영을 마쳤고, 하반기 MBC TV '판사 이한영'으로 인사할 예정이다. "유연한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자로서 내 가치관이기도 하다. 캐릭터를 왔다 갔다 잘 하고, 실제 그 배역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한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도 좋지만, 딱 봤을 때 그 인물 같은 배우들이 있지 않느냐. 그런 선배들의 길을 걷고 싶다. 사냥개들2는 했던 역을 또 하는 거라서 익숙한데, 확실히 더 강력하고 재미있는 액션을 보여줄 것 같다. 판사 이한영은 기대해도 좋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이고 조금 다른 결이다. '얘가 걔야?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최대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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