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폭염 시 야외활동 자제" 안전재난문자…외국인 주민에겐 '무용지물'

등록 2025-07-27 09:00:00   최종수정 2025-07-29 13:36:34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행안부, 위급·재난문자만 '영어' 병행해 표기

외국인은 'Emergency Ready App'서 안내

5개 언어 지원·와이파이 등 연결 시에만 시행

행안부, 하반기 러시아어 등 19개 언어 확대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임철휘 기자 =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해 8월 오후 경기 포천의 채소 재배 지역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2024.08.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 지난 25일 폭염경보가 내려진 경북 포항에서 오전 6시부터 풀을 베던 네팔 국적 A씨가 숨졌다. 그는 하산 중 경련 등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증상을 보이며 맥박이 없는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겼으나 깨어나지 못했다.

#. 같은 날 오전 폭염특보가 내려진 제주의 한 공사장에서는 작업하던 중국인 노동자 B씨가 열경련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B씨는 손발 저림, 가슴 통증, 호흡곤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폭염 위기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연일 '안전안내 재난문자'가 전송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안내 재난문자에는 한국어만 표기돼 약 246만명의 외국인 주민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재난문자는 재난 경중에 따라 위급재난문자, 긴급재난문자, 안전안내문자로 구분된다.

긴급재난문자는 민방공 등 국가적인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위급재난문자는 지진이나 집중호우 등 자연·사회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전송된다. 안전안내 문자는 안전주의가 필요할 경우 발송된다.

이 중 위급·긴급재난문자에는 영문 표기가 병행돼 있다. 하지만 안전안내문자는 한국어로만 적혀 있어 폭염에 노출된 외국인들은 안전요령 등 필요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외국인의 경우 재난·안전 앱인 'Emergency Ready App(외국인용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재난문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별도로 앱을 설치해야 하고, 인터넷이 연결된 상황에서만 재난문자를 받을 수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해당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4만3265건이다. 외국인 주민 1명이 앱을 한 번 다운로드했다고 가정했을 때, 앱을 사용하는 외국인 주민은 전체(246만명)의 5.8%에 불과한 수준이다.

정태헌 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앱으로 재난문자를 받으려면 앱을 깔아야 하고, 그 앱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업데이트도 해야 하는 등 시스템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앱은 하나의 보조수단 역할을 해야지 메인으로 사용하기에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용 안전디딤돌 앱은 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태국어 등 5개 언어만 지원해 언어 접근성도 떨어진다.

전체 외국인 주민 5명 중 1명은 해당 언어들을 모국어로 하지 않는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네팔 등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정영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활동가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온 많은 결혼 이주민과 이주노동자, 유학생들은 자신의 모국어로 (재난문자를) 볼 수 없는 상황"이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SNS나 지인들의 네트워크 상황을 통해 (재난 상황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해 9월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한 외국인이 부채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2024.09.19. [email protected]

해당 앱은 한국어로 된 재난문자를 구글 번역기를 통해 5개 언어로 옮기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안부는 과거 한국관광공사에 협력해 번역 검증 등을 요청했으나, 오역 발생 시 그 책임을 둘러싼 문제가 생기면서 현재는 구글 번역기만 활용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 9월에서 10월 사이에 총 19개 언어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라며 "(번역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수해서 내보낼 수는 없지만 주기적으로 구글이 번역한 내용이 적정한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자체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올해 하반기에 ▲러시아어 ▲우즈베크어 ▲네팔어 ▲인도네시아어 ▲타갈로그어 ▲ 크메르어 ▲몽골어 ▲미얀마어 ▲신할리어 ▲벵골어 ▲우르두어 ▲프랑스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까지 확대해 19개 언어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타 기관에서 서비스 중인 외국어를 우선으로 선정하고, 체류 외국인 주민 수가 많은 언어를 고려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용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재난문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현재의 재난문자 발송 체계는 각 번호에 일일이 발송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파가 미치는 범위 내에서 문자가 가는 방식"이라며 "외국인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앱 형태로 재난문자를 보내주되,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활용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사용성과 인터페이스를 쉽고 직관적으로 해 앱을 효율화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