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①]"그리웠던 흰 가운"…1년반 공백 '마침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원에 반발하며 사직서 제출포고령에 의료인 처단 포함 후 의정갈등 장기화새정부 출범 후 의료계와 대화 재개로 복귀 시작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1년 6개월 동안 의료 현장을 떠났던 사직 전공의 복귀가 예상되면서 의료계가 정상화 될지 주목된다. 응급실 위기 등 의대 증원 사태로 촉발된 위기가 해결될 지 여부가 관심인 것이다. 의료계는 그러나 사직 전공의가 복귀하더라도 의정 갈등 이전 수준의 시스템 복구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상당수 전공의가 복귀하더라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는 인력이 채워지기 힘든데다 지방 병원에 있던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연쇄 이동하는 등 지역 의료 공백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사태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2월 16일이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아산, 서울성모 등 국내 대형병원 5곳에 근무하는 전공의 2700여명이 사직서를 내고,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생들도 동맹휴학에 동참하기로 했다. 불과 열흘 전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발표한 것에 반발해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고령화·필수의료 공백을 이유로 오는 2035년까지 의사 1만 명 확충을 목표로 내걸었다. 발표 직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사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병원에서는 현장 이탈 움직임이 확산되며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사직 의사를 밝히거나 현장을 떠났고, 이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 명령이 발부됐다. 정부는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라며 데드라인을 설정했다. 그러면서 "복귀한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간 확실하게 차이를 두고 조치할 계획"라며 밝혔다. 이같은 미복귀자에 대해 행정처분 절차 예고로 의정갈등은 장기전 양상으로 굳어졌다. 그러는 사이 교육부는 전국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 증원 규모를 신청받았다. 신청 결과는 총 3401명이었다. 이어 3월 20일 전국 의대 증원 인원 배분결과를 발표했다. 경인 지역에 361명, 비수도권에 1639명이 신규 정원으로 배정된 반면 서울 소재 의과대학은 단 한 명의 신규 정원도 배정받지 못했다. 격렬한 대치 속에서 정부는 대학별 '자율 감축'을 허용했고, 2025학년도 증원 규모는 2000명에서 1509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5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심의해 확정하면서 27년 만에 의대 정원 증원은 현실이 됐다. 이를 두고 의협이 "의대 증원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붕괴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라고 반발하는 등 갈등은 계속 됐다. 지난해 11월 의료공백, 의정갈등 해소 등을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했다. 협의체는 의료계가 요구한 '사직 전공의 복귀'와 '한국 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안'을 중점 논의하기로 했지만 출범 20일 만에 파행을 맞았다. 사직전공의의 현장 복귀를 이끌 결정적 합의를 이루지못한 탓이었다. 여야의정 협의체 파행에 이어 비상계엄령으로 당시 정부와 의사단체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계엄사령부가 제1호 포고령에서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한 것이다. 전공의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2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라며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밝혔다. 비상계엄 이후 의정갈등의 소통 창구는 완전히 닫힌 모양새가 됐다. 고착화됐던 의정갈등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결 물꼬가 텄다. 이재명 정부는 보건복지부 등을 통해 전공의 복귀를 포함한 의료 정상화 방안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영훈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정부는 앞으로도 의료계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보건의료정책을 마련하고 경청·소통·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 사이 전공의 대표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 7월 대전협은 임시 대의원총회를 통해 소통을 중시해온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새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전공의들은 정부와 소통을 재개하는 한편, 환자 단체를 찾아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는 수련협의체를 열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과 하반기 전공의 복귀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은 원래 수련받던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수련 연속성'을 보장해달라는 사직 전공의 측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갈등 1년 반을 지나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재개됐다. 지난 11일부터 수련병원별 접수가 시작되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아직 지원 현황을 알 수는 없지만 지원 마감일이 가까워 올수록 지원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라며 "모집이 마감되면 결원 등의 현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